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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사설] 홍역 치른 금감원, 현실 감각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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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의 경영실태 평가에 들어가기로 하자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한 달여 전 채용 비리 특별검사를 끝낸 금융사를 통상적인 정기검사 주기 2년을 서너 달이나 앞당겨 다시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 문제와 관련된 앙금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감원은 자체 업무 계획에 따라 정기검사 일정이 앞당겨지게 됐을 뿐 ‘보복성 검사’라는 시선은 오해와 억측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금 신뢰회복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전임 수장의 잇따른 낙마로 기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내부적으로는 채용 비리, 내부 정보를 이용한 직원의 암호화폐 투자 의혹 같은 기강 문제를 드러냈다. 밖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의혹, 삼성증권 배당사고 제재, 금융권 채용 비리 처리, 금융 개혁 등의 현안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해서는 분식 여부가 확정되기도 전에 사전 통지 내용을 외부에 알려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의 공개 비판까지 초래했다.

신임 윤석헌 원장은 취임사에서 “금감원이 외부의 다양한 요구에 흔들리고 내부의 정체성 혼란이 더해지면서 독립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미흡했다”고 반성했다. 공자의 ‘정명(正名)론’을 거론하며 신뢰 회복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 원장이 강조한 독립성과 신뢰성은 금융감독 기관으로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가치다. 하지만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완급을 조절하고 상황을 살피는 현실감각이 필요하다. ‘오얏나무 아래 갓끈을 고치는’ 것 같은 작은 오해의 소지마저 경계해야 한다. 정부의 ‘재벌 압박’ 코드에 맞춘 감독이라거나 상처받은 조직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군기 잡기’ 감독이라는 소리가 나와서야 금융감독 기관으로서의 신뢰와 독립을 되찾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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