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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취재일기] 북한은 여전히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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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진석 경제부 기자


“문재인 정부 1년간의 경제는 국가 개입주의와 설계 주의에 함몰됐다. 경제가 설계의 대상일 수 없다. 적당한 온도, 습도, 햇볕이 식물을 무성하게 하듯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제 주체의 경제 활동을 북돋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년간의 경제 정책에 대한 본지 설문조사(8일자 1·4·5면)에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남긴 평가다. 설문조사에 응한 경제 전문가 40명이 경제 정책에 평균 58점(100점 만점)을 부여했다는 건 그와 인식을 공유하는 이가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1년이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악의 ‘고용 쇼크’ 등 부진한 경제지표들을 정당화하는 요인이 될 수도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청와대가 남북문제에 올인하느라 경제 문제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높은 지지율에 도취해 낮은 경제 점수를 작은 소음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지율은 국민이 꿈에서 깨 경제 현실에 눈을 돌리는 순간, 빠른 속도로 하락한다.

행여 청와대가 남북 화해를, 경제 문제 등 모든 문제 해결의 만병통치약으로 여기고 있다면 걱정스럽다. 가뜩이나 ‘판문점 선언’에 경의선 연결 등 내용이 일부 포함되면서 남북 경협에 대한 장밋빛 환상이 난무한다.

접경 지역 땅값이 들썩이고, 남북경협주가 고공 행진한다. 현실이 환상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실망감은 배가된다.

남북 경협의 성공이 당장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남쪽 기업들이 앞다퉈 북한에 생산시설을 설립한다면 남쪽 고용 사정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수천조원으로 추산되는 통일 비용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 지하자원의 규모와 사업성에 대해서도 이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이 멀리 있다고 하면 안되갔구나”라고 말했지만, 최소한 경제에 있어서만큼은 여전히 북한은 멀리 있다.

청와대가 남북 이슈에 쏟는 열정의 일부만이라도 할애해 각 언론사의 경제 정책 설문조사 결과와 거기 담긴 전문가의 제언을 정독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박진석 경제부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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