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요금제 도입 논란
2만원에 데이터 1GB, 통화 200분
규개위 통과해 국회로 공 넘어가
알뜰폰 대안 있는데 정부 밀어붙여
통신업계 “시장 원칙 무시돼” 반발
지난 11일 규제개혁위원회는 월 2만원대에 데이터 1GB, 음성 통화 200분 등을 제공하는 ‘보편요금제’(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를 통과시켰다. 법안은 이동통신 1위 사업자(SK텔레콤)가 보편요금제를 반드시 출시하게 규정하고 있다. 또 정부가 2년마다 보편요금제의 데이터·음성 사용량과 요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2·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이 도입하는 보편요금제에 발맞춰 요금제를 손봐야 할 공산이 크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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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개위 위원인 김연화 한국소비생활연구원 원장도 “고가 요금제에만 혜택이 몰려 있어 소비자가 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도훈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편요금제가 효과적일지는 모르나 결과적으로는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며 “알뜰폰 활성화 등 대안이 있는데도 보편요금제를 법제화하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후생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보편요금제 법안은 2년에 한 번씩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통신비 협의체가 보편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과 요금 수준을 검토하는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게 돼 있다. 협의체의 회의 결과를 토대로 과기정통부 장관이 최종 요금을 결정하는 식이다. 보편요금제가 통신사들의 여타 요금제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부가 통신비 책정에 직접 개입하는 셈이 된다.
이상헌(CR전략실장) SK텔레콤 상무는 “저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부족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정부가 사실상 가격을 결정하는 보편요금제는 시장 원칙에 위배된다”며 반발했다.
보편요금제를 놓고 포퓰리즘 논란이 이는 것은 정부의 잇따른 말 바꾸기도 한몫한다. 지난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보편요금제를 처음 제안하며 “연간 최대 2조2000억원의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비 절감은 곧 통신사의 매출 감소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날 과기정통부는 기존 예측 규모의 3분의 1 수준인 “연간 7812억원 정도 통신사 매출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성배 국장은 “직접적인 손실 외에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까지 합치면 2조원이 넘는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보편요금제가 다른 요금제 상품에도 영향을 줄지에 대해 정부는 입장을 번복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보편요금제가 다른 요금제 등 전체 통신비를 낮춰 소비자들이 절감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11일 규개위 통과 후에는 “보편요금제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요금제에 대해선 통신사들에 자율적인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개입 논란이 일자 정부가 한발 빼는 모양새다. 저렴한 요금을 내세운 알뜰폰 사업자들의 반발도 크다. 이날 규개위 회의에서 알뜰폰 사업자를 대표해 참석한 박효진 세종텔레콤 상무는 “보편요금제는 이동통신사들이 중저가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법제화하는 것”이라며 “전파사용료 감면 연장 등 알뜰폰 사업 대책부터 먼저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과기정통부는 상반기 내에 보편요금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요금제가 이번에 규개위는 통과했지만 국회에서도 무사히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과기정통부 측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대안은 아직 없다”며 “규개위에서 지적받은 부분을 토대로 법안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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