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이준혁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정상인의 상처 난 피부나 점막을 통해 전염되는 감염병이다. 한번 감염되면 10명 중 약 8명은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고 이 중 약 30~40%는 간경변증·간암으로 진행한다. 감염자의 상당수는 감염 여부도 모른 채 병을 키운다. 국내에 약 30만 명의 C형 간염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치료받은 환자 수는 4만5000~7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진단되지 않은 ‘잠재적 환자’가 불법 문신·피어싱 등을 하기 위해 감염 위험 시설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감염원’ 역할을 한다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다. 대부분이 무허가 기관에서 발생하는 탓에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사각지대 영역에서의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확산 위험성을 고려한다면 오염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등으로 인한 집단 감염 사태가 재발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더욱이 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달리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조기에 검진·치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예방책이다.
C형 간염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었다. 10명 중 약 5명만 치료에 성공했다. 2014년부터 90~100%의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이는 새로운 경구용 치료제들이 나오면서 치료만 받으면 충분히 완치할 수 있는 질환이 됐다.
환자들은 통상 12주간의 치료로 한번에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경구용 약제로 치료 시 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단 한 번뿐이다. 따라서 처음 치료 시부터 내성 관련 변이와 무관하게 치료 효과가 우수한지 등을 면밀히 살펴 치료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상연구 결과로는 단 1%의 차이일지라도 환자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치료에 실패한 것과 다름없다. 재치료 시에는 약물 내성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C형 간염은 25년 만에 난치병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완치 가능한 질환으로 거듭났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30년까지 C형 간염을 퇴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C형 간염 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거나 감염 위험에 노출됐음에도 검진을 미루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C형 간염은 ‘조기 검진을 통한 진단 및 적극적인 치료가 ‘현답(賢答)’이라고 말이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준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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