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회원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성희롱·성추행 근절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국방부는 군내 성폭력을 근절하고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성범죄 특별 대책 TF(이하 TF)를 지난 2월 12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운영한 결과 모두 29건의 신고를 받았다고 8일 밝혔다.
국방부는 당시 성폭력ㆍ성희롱 피해자들이 앞다퉈 피해 사실을 알리는 미투(Me Too) 운동이 일어나자 긴급히 TF를 꾸렸다.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남성 위주 문화가 뿌리 깊은 군에선 미투 피해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막상 TF 가동 초기 신고 접수 건수가 많지 않자 군 내부에선 “그동안 국방부와 군 당국의 자정 노력 때문에 성범죄가 줄었다”는 자평이 나왔다.
그러나 두 달간 TF가 접수한 피해 신고는 29건으로 나타나 군 내부의 섣부른 자화자찬이 무색해졌다. 29건 중 성희롱 15건, 강제추행 11건, 준강간 2건, 인권침해 1건이었다. 이 가운데 상급자에 의한 성폭력은 20건이다.
가해자는 모두 38명이었다. 각각 영관급 장교가 10명, 위관급 장교가 7명, 부사관이 9명, 군무원이 12명이었다. 반면 피해자는 35명이었다. TF 관계자는 “장성급 가해자는 없으나 대령이 한 명이 었었다”고 말했다. 성희롱 사건 가운데선 여성 군무원이 동료 여성 군무원을 대상으로 한 동성간 성희롱 사례도 있었다고 TF는 설명했다. 남성 피해자는 없었다고 한다.
신고된 사건의 발생 시기는 각각 2014년 이전이 2건, 2015년 3건, 2016년 1건, 지난해 11건이었다. TF 활동 기간 중 일어난 피해 사건은 12건이었다. TF가 나름대로 성폭력 제기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TF 관계자는 “아직도 상당수 여군 또는 여성 군무원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이 남에게 알려지는 2차 피해를 두려워해 신고를 꺼린다”고 말했다.
29건 중 언어적 성희롱 사건 2건은 조사가 종결됐고, 각각 항고 중 3건, 조사 중 24건이었다. 준강간 사건 2건은 군 수사 당국이 긴급구속과 구속영장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TF는 이명숙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장을 TF장으로 이경환 변호사 등 민간위원 6명, 국방부와 군 당국의 관련 부서의 실무자 등으로 구성됐다. TF는 ▶전장병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예방 전담조직을 편성하고 ▶장병 선발과정에서 성인지 평가 항목을 반영하며 ▶성고충 전문상담관을 지원하는 매뉴얼을 작성하는 등 17개의 제도 개선안도 국방부에 권고했다.
이명숙 TF장은 “군의 특성상 부대 지휘관의 성폭력 처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의지가 강한 지휘관이 있는 부대는 성폭력 피해 사례를 민간보다 더 신속하고 엄중하게 처리한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