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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인구절벽 이펙트]①분유 판매량 절반 '뚝'…내수산업 지형도 급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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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신생아 35만7700명 그쳐,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유소년에 역전

분유 소비량 절반 이하 급감, 프리미엄·성인층 대상 생존 전략

뉴스1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분유/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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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김민석 기자,윤수희 기자,이승환 기자 = "아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제품은 안 팔리니, 다양한 연령층으로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성인과 노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제품 개발이 업계의 화두입니다."(유업계 관계자)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히트작을 내놓는 게 가장 확실한 생존전략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까지 2031년부터는 감소한다고 하니 해외시장 공략은 필수이고요."(제과업계 관계자)

인구절벽이 국내 산업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기업들에게 인구절벽은 먼 미래가 아니라 생존이 직결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분유 소비는 2000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급감했고 같은 기간 유유 소비량도 5.4% 줄었다. 유아용 기저귀 시장규모 역시 2013년 7760억원에서 지난해 6470억원으로 1300억원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성인용 기저귀 시장 규모는 380억원에서 57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같은 변화는 저출산·고령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63만명을 넘었던 출생아수는 2001년 55만명, 2002년에는 49만명으로 줄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35만7700명으로 4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노령화지수는 2017년 104.8로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고, 2018년은 110.5로 추정되는 등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노령화지수는 유소년인구(0~14세) 100명 대비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이다. 노령화지수가 100을 넘어섰다는 것은 우리나라에 유소년보다 고령인구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유업계 저출산 '직격탄' 소비량 49.5% 급감, 제과업계 영업이익도 '뚝'

저출산 고령화로 유업, 제과, 의류, 교육 등 영유아, 청소년을 주요 수요층으로 둔 기업들에는 제품다변화, 해외시장공략 등이 발등의 불이다.

특히 유(乳)업의 경우 출생아수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아기가 먹는 조제분유 소비량은 약 1만4000톤으로 2000년 2만7000톤 대비 49.5%나 줄었다. 흰 우유 소비량도 같은 기간 145만톤에서 137만톤으로 5.4% 감소했다.

국내 분유업계 점유율 1위인 남양유업의 지난해 분유매출은 2596억원으로 2016년에 비해 14.4%나 줄었다.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일동후디스는 다른 기업과 달리 중국의 분유 시장에 진출하지 않아 '사드 보복'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결국 저출산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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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시장도 정체기다. 시장조사전문기관 닐슨(Nielsen, RI)에 따르면 지난해 흰우유 소매매출은 1조3691억원으로 금액으로는 직전연도와 동일한 수준이지만, 물량기준으로는 0.4% 감소했다.

유업계는 대신 성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픈 성인소비자들을 겨냥한 락토프리 우유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79% 이상 성장했다. 락토프리가 전체 우유시장에서 차지한 매출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업계에서는 락토프리가 전체 우유시장의 5%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치즈, 발효유 등도 유업계가 기대를 거는 분야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치즈 소비량은 2013년 10.8만톤을 소비해 사상 처음으로 10만톤을 넘어선 이후 2014년 11.8만톤, 2015년 13.3만톤에 이어 작년 14.7만톤을 소비해 역대 최대 소비량을 경신하고 있다. 발효유 시장도 성장을 거듭, 지난해 시장규모는 9750억원으로 전년대비 4.2%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물량 기준으로는 12.5% 증가한 약 20만톤 규모로 추정된다.

유업계 관계자는 "낙농제조업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에는 이커머스 강세로 인한 해외직구 증가 등으로 인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커피, 가공우유 등을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제과업계도 저출산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롯데제과의 2016년 영업이익률(매출대비 영업이익률)은 5.7%(영업이익 1280억원, 매출 2조2248억원)로 직전연도 영업이익률 6.4%(영업이익 1450억원, 매출 2조2580억원)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해태제과식품은 전년(351억원) 대비 영업이익이 189억원으로 46% 줄었고, 빙그레의 영업이익 역시 372억원에서 347억원으로 6% 감소했다.

제과업계는 건강을 강조한 식품개발과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롯데제과는 최근 건강기능성 지향 식품으로 파우치 타입 곤약 젤리 3종을 출시했다. 글로벌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롯데제과는 현재 20% 중후반대인 글로벌 매출 비중을 2022년까지 4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오리온의 경우 글로벌지원팀, 미래상품개발팀 등의 연구개발 조직을 두고 글로벌 제품 표준화와 미래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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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 시장 규모 8.4% 감소, 사교육 시장도 정체기…'프리미엄' 현상 뚜렷

유아동복 및 용품 산업도 저출산의 영향으로 급변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복 규모는 1조1985억원 전년대비 8.4% 감소했다.

지난해 업계 1위로 뛰어오른 서양네트웍스(블루독·밍크뮤 등) 매출은 1944억원으로 전년대비 2.9% 줄었고, 제로투세븐(알로엔루·알퐁소 등)과 아가방앤컴퍼니(아가방·에뜨와 등) 매출도 각각 1646억원, 1341억원으로 전년대비 13.5%, 5.7% 감소했다.

아이들이 귀해지면서 프리미엄 아동복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부모뿐 아니라 양가 조부모, 삼촌, 이모 모두가 지갑을 연다는 '에잇포켓' 현상에 힘입어 유아 키즈 산업의 프리미엄화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엔 지인들도 더해 '텐 포켓'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교육업계도 학령인구 감소 영향으로 성장정체기에 접어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사교육시장 규모는 2012년 19조원에서 2016년 18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대교의 경우 지난해 직전연도 대비 1.0% 감소한 812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고, 교원의 지난해 매출은 4302억원으로 9.4% 감소했다. 웅진씽크빅의 지난해 학습관리 서비스 매출도 4177억원으로 0.6% 소폭 감소했다.

사교육 업계는 정보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학습지와 성인 사교육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6년 이러닝 산업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교육 시장의 규모는 2016년 3조4875억원으로, 최근 5년간 평균 7.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교육 업계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질 높은 교육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며 "기존 방문 중심에서 벗어나 스마트교육과 성인 어학, 자격증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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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코엑스'에서 관람객들이 임신·출산·육아 용품을 둘러보고 있다. 2018.4.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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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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