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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연합시론] 우리는 미투 운동에 충분히 호응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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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올해는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없다. 1949년 이후 69년 만이다. 이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와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에 한림원이 철저히 대응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작년 11월에 사건은 터졌다. 한림원의 종신 위원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이자 사진작가인 장클로드 아르노가 한림원 관련 활동을 하면서 10여 년간 모두 18명의 여성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폭로가 나온 것이다. 그의 부인 프로스텐손은 노벨상 수상자 명단을 사전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림원은 그러나 신속히 대응하지 않아 신뢰를 잃었고 노벨상 심사 자체가 어렵게 됐다.

노벨문학상이 스캔들로 취소된 것은 이 상이 처음 시작된 1901년 이후 117년 만에 처음이다. 전쟁이 발생했거나 좋은 작품이 없어 상을 못 준 사례는 있었지만, 스캔들로 취소한 사례는 없었다고 한다. 스캔들에 대해 한림원이 처음부터 제대로 대처했다면 노벨문학상 연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적 권위의 상이 미투 운동 와중에 취소된 것은 충격적이다. 한국에서도 미투 운동을 허술히 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및 부당 인사개입 의혹 사건 수사결과에 대해 법무부 성범죄·성희롱 대책위원회는 '셀프조사'의 한계라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자기 식구끼리 봐주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회 내 성폭력도 그냥 묻히는 분위기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는데, 실상이 심각한 지경이다. 국회의원과 보좌진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강간 및 유사강간을 목격하거나 들어본 적이 있다는 사람이 50명이나 됐다. 또 심한 성추행, 스토킹을 목격하거나 들었다는 사람도 각각 100명을 넘었다.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 가운데 국회의원도 있었고, 성폭력 피해를 봤다는 여성 국회의원도 나왔다.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러나 윤리특위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가해자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게 목표가 될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 윤리특위의 설명이다. 구체적 행동을 취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때 한국에서 태풍처럼 강하게 몰아쳤던 미투 운동이 수면 아래로 내려간 듯하다. 제도개선을 비롯한 근원적 해결책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성폭력 이슈에 대해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잠시 분노만 하고 개선할 줄 모르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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