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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주말 집회·시위로 인한 버스 우회, 교통 통제 "불편해" vs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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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각역, 광화문 쪽 안갑니다. 내리세요. 오늘 집회가 있어서 거기는 못 가요"

메트로신문사

지난 21일 오후 4시 20분경 종로2가 YMCA 앞에서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몽구 회장의 처벌과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요구하는 집회·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최윤정(28) 씨는 지난 21일 오후 406번 버스를 타고 약속장소인 세종문화회관에 가려다 목적지에 가지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당일 태극기 집회 행진으로 버스가 명동에서 시청 쪽으로 우회 운행했기 때문이다.

매주 주말 서울 도심은 집회·시위로 도로가 통제된다. 대중교통 이용에 제한이 생겨 불편하다는 의견과 민주 사회 시민의 권리이므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집회 때문에 버스 우회,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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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3시 10분경 서울 중구 남대문로1가 버스정류장 앞에서 시민들이 전광판의 '우회' 표시를 바라보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해 9월 경찰은 경찰개혁위원회(이하 개혁위)가 발표한 '집회시위 자유 보장 권고안'을 전면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교통 소통을 이유로 한 집회 제한 통고를 원칙적으로 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허가제로 운영돼왔던 집회가 주최 측의 신고제로 바뀐 것이다. 이제 누구나 신고만 하면 집회·시위를 열 수 있게 됐다.

경찰은 또 실제 시위 내용(참가 인원, 방법, 행진로 등)이 주최 측이 경찰에 제출한 신고서와 달라도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되면 금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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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3시 40분경 서울 조계사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 석방 촉구 집회·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집회·시위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매주 주말마다 서울 한복판 종로, 명동,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시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도심에서는 총 45회의 집회가 개최됐다.

시민들은 잦은 집회·시위로 불편을 겪고 있었다. 광교사거리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이모(58) 씨는 "예식장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려고 여기서 20분 넘게 기다렸는데 결국 버스가 안 왔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 씨는 "집회 때문에 버스를 못 타서 정말 불편하고 짜증 난다"면서 "소수의 사람 때문에 서울 시민 전체가 피해를 보는 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한 달(3월 21일~4월 21일)간 주최 측이 경찰에 신고한 집회·시위 참여 인원은 총 4만7900명이다. 주말 광화문, 종로 일대 서울 한복판을 전체 서울 시민의 0.48%가 점령한 것이다.

◆"민주 사회 당연한 권리, 이해한다"

남대문로1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윤모(65) 씨는 "여기서 151번 버스를 타고 우이동에 가려고 했는데, 버스가 안 와 종각역으로 걸어가려 했다"며 "나도 과도기 세대라 장발 단속 반대하는 데모에 참여했던 적이 있어서 이해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최부길(78) 씨는 "집회는 사람들이 살기가 어려워서 참다 참다 힘들어서 나오는 거"라며 "민주 사회에서 시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건데 당연히 괜찮다"고 말했다.

최 씨는 "요새는 옛날처럼 과격하지도 않고 평화롭게 잘 진행되는 것 같아 보기 좋다"면서 "집회 때문에 버스가 안 오는 것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경찰청의 집회·시위 관련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폭력 시위는 2013년 45건, 2014년 35건, 2015년 30건, 2016년 28건, 2017년 12건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12건으로 최근 5년 중 최소치를 기록했다.

집회·시위로 형사처벌된 인원은 2013년 3804명, 2014년 4254명, 2015년 4216명, 2016년 4391명, 2017년 1828명으로 지난해 가장 적었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사람들이 현장에 나왔을 때는 그만한 애로와 고충이 었어서 나온 것"이라며 "시위와 관련 없는 일반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hjk1@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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