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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코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과 이어질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에 주식시장은 연일 '대북수혜주' 찾기에 혈안이 돼있다. 대북정책과 조금이라도 연관된 종목들은 모두 테마주로 분류된다. 대북수혜주에 대한 기대감의 저변에는, '통일대박론'이란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믿음이 하나 숨어있다. 북한의 막대한 지하자원과 지정학적 위치, 기업들의 개발 열기에 따른 각종 투자가 엄청난 붐을 일으킬 것이란 믿음이다.
하지만 이 기대심리 속에는 통일 이후 발생할 막대한 '통일비용'에 대한 고민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 독일이 통일 이후 20년 넘게 3500조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했다는 이야기는 다른 나라의 사정일 뿐이다. 통일 당시 서독과 동독의 경제격차는 3대 1에 불과했지만 남한과 북한의 경제격차는 50대 1이 넘는다. 천문학적인 액수가 소모될 것을 우려해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통일세 신설 논의가 등장했지만, 조세 저항 우려로 그대로 표류하고 말았다.
'돈이 드는 통일'은 아무도 원치 않는다. 통일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통일을 지지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전 연령대 기준 57.8%로 4년 전보다 11.5%포인트 하락했다. 20대 응답자 중 71.2%는 통일을 반대하고 있다. 사회ㆍ경제ㆍ문화적 격차가 너무 심한 북한은 이질적이고 낙후된 존재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을 일종의 경제적 식민지로 활용할 수 있는 '지배' 가능성엔 열광해도, 북한주민들까지 끌어안으면서 막대한 비용이 초래될 '통일'에는 반대하는 셈이다.
통일 자체를 원치 않는 이 분위기에서, 갑작스럽게 통일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될까? 북한 주민들은 현재 우리 헌법상 통일이 되면 자동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되므로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주어진다. 북한의 인구는 2500만명 내외로 현재 대한민국의 절반정도다. 통일 이후 북한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통일한국 의회에서 다수당이 되거나 북한 출신 정치인이 선거를 통해 통일한국 지도자가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를 과연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을까?
실질적으로 통일을 앞둔 상황이 된다면, 북한을 미국의 푸에르토리코나 괌처럼 선거권이 제한된 형태의 자치령으로 일단 편입하고, 점진적으로 선거권을 주자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논리는 한일병탄 당시 일제가 내세운 논리와 같다. 당시 일본 의회는 일본과 조선의 사회ㆍ경제ㆍ문화적 격차를 이유로 조선인들의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처럼 통일이 곧 경제적 식민지 확장을 의미하는 사회분위기가 이어진다면, 통일한국이 일제와 똑같은 식민지화 논리를 북한주민들에게 요구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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