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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토종 제약업계 ‘노조 무풍지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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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제약사 중심 ‘민주제약노조’

코오롱제약 국내사로는 첫 가입

오너중심 제약업계에 ‘새로운 변화’

영업환경 악화, 고용불안정 위기감

노조 통해 직원 권리찾기 나서


국내 제약업계에 최근 노조설립 붐이 일고 있다. 대부분 강력한 오너 중심 체제로 운영되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노조 활동은 오너에게 ‘찍힐 수 있는’ 편치 않은 길이다. 그럼에도 최근 어려워진 영업 환경 등으로 고용 불안정 등 위기감을 느낀 직원들은 노조라는 구심점을 통해 권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다만 노조가 일부 조직원의 사익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경계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삼성, 금호타이어, 한국GM 등 산업계에서 노조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약업계 노조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아스텔라스제약ㆍ코오롱제약, 제약노조 가입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계 제약사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이 한국민주제약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임직원의 40% 정도인 14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영업부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아스텔라스제약 노조는 민주제약노조의 16번째 지부가 됐다.

헤럴드경제

지난 2012년 출범한 한국민주제약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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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출범한 한국민주제약노조는 제약사 연합노조다. 주로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제약사의 한국법인이 대부분이다. 사노피파스퇴르,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한국노바티스, 한국다케다제약, 쥴릭파마코리아, 한국애브비, 한국BMS 등이 가입해 있다. 코오롱제약은 올 해 초 민주제약노조에 가입을 완료했다. 국내사 중 한국민주제약노조에 가입한 첫 케이스이다.

이처럼 제약사의 노조 설립이 잇따르는데는 변화된 영업 환경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영업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 오히려 기존보다 더 큰 매출을 요구하고 있다. 영업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고용 불안정 등의 위기감을 느낀 영업사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는 한 방법으로 노조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환경은 어려워지는데 회사의 매출 요구는 더 높아지고 있다”며 “사원 개개인이 아닌 노조라는 구심점을 통해 우리의 애로사항과 요구를 전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제약, 노조 가입 막기 위해 방해공작 하기도 =제약업계에서는 노조 활동이 과거보다 많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제약업계에서 ‘노조’는 금기어에 해당할 만큼 활동에 제약이 많다. 실제 국내사 중 처음으로 제약노조에 가입한 코오롱제약은 노조가입까지 진통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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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2일 코오롱제약 노조와 사측이 만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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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제약 노조 측에 따르면 회사는 노조에 가입한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다’며 노조 탈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노조에 가입하려는 직원의 약점을 잡는 행위도 있었다고 한다. 일부 기업은 영업사원에게 법인카드를 주며 불법 리베이트 행위를 종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만약 이 사원이 노조 활동을 할 경우 이 일을 트집 잡아 해고 사유로 이용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에 최근 제약노조에 가입한 두 회사의 경우 노조 가입까지 모든 과정을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하면 회사의 방해공작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코오롱제약 노조는 사측이 노조 설립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증거물이 많다며 법적 대응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노조 설립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이제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찾아야 할 때”라며 “경영진과 실제로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노조마저도 회사가 가입을 막는다면 국내 제약기업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노조, 일부 직원의 사익 추구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한편 노조가 항상 사측과 대립관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생산직 사원들을 중심으로 한 생산직 노조는 사측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유한양행, 종근당, 동아제약, 일동제약, JW중외제약 등 상위 제약사 대부분은 생산직 노조가 설립돼 있다. 이들 노조는 사측과 적절한 균형 관계를 유지하며 직원들의 권리를 보장, 생산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는 직원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이나 요구하는 바를 반영해 경영에 참고할 수 있어 좋고 직원들은 그런 점에 있어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며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쌍방향 소통에 있어 노조는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가 일부 조직원의 권리를 찾는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노조가 전체 노조원의 권리를 대변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지만 일부 노조원이 자신의 자리 지키기를 위한 무기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는 자기들의 권리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근로자 입장에서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며 “노조 활동이 또 다른 불평등을 만들지 않도록 노조는 균형추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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