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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5년 묵힌 법무부 상법 개정안, 재계 반발 이겨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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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경제민주화 입법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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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대현 기자]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됐던 상법개정안이 5년 만에 문재인 정부에서 재추진되고 있다. 당시에 법안을 준비했던 법무부가 국회에 이 법안과 관련해 검토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태도 변화로 무산됐던 이 법안이 문재인 정부에서 개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상법 개정안 관련 검토 의견 보고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현재 국회에 머물러 있는 13개 상법 개정안 중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에 찬성하는 ‘상법 일부개정안 검토 의견’을 낸 것이다. 지난해 10월 상법 개정을 위해 민관 전문가로 이뤄진 법무부 상법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첫 공식 의견이다.

법무부 검토의견에는 자산 2조 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는 의무적으로 집중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주주총회에서 예컨대 이사 4명을 선임할 때 각각에 대한 찬반 투표를 1주 1표로 진행한다. 만약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4명 선임 시 1주당 4표가 주어지고, 한 사람에게 4표를 모두 던질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반도체 기밀 등 기업의 내밀한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기업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해당 법안에 대해 재계에서는 국내 투기 자본 중에 외국인 지분이 많아, 국내 기업이 이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규제를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유연하게 적용하면서 투자자의 판단에 맡기도록 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이 법안은 박근혜 정부 시절 이미 법무부가 입법예고를 했던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경제민주화’의 일환이었고, 정부의 추진 의지도 강했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재계를 만난 뒤 태도를 바꾸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7월 상업개정안을 준비했다. 재계는 해당 법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학계와 정치권은 법안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상황이 변한 건 그해 8월이다. 이달 22일에는 19개 경제단체가 상법개정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건의했다. 이후 28일에는 박 전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와의 만남이 있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그 문제는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해 추진할 것”이라며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그리곤 정부와 여당은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당시 야당은 반발했고, 학계도 우려를 표명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 당시 경제·경영·상법을 연구하는 50명의 교수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펼쳤는데, 80%가 찬성 의견을 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당시 교수였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언론을 통해 상업개정안이 무산된 것에 대한 비판을 내놓았다.

이후 청와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 뒤 상업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그해 말까지 법안은 준비되지 못했고, 법안은 시기를 놓치고 다른 이슈들에 의해 묻히게 됐다.

상법개정안을 재추진하는 문재인 정부는 재계의 반발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 됐다. 재계를 설득시켜야 할 수도 있고, 재계의 입장을 무시하고 추진을 강행할 수도 있다. 또한, 현재 야당이 된 보수정당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관건이다.

문재인 정부는 당장 새로운 입법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의원들이 상법 개정과 관련해 여러 법안을 내놓은 상태다. 정부는 해당 법안들이 국회에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임대현 기자 xpres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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