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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유통명장을 찾아서] 이준규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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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빠져 사표 던지고 英 유학...튤립 120만송이 돌보는 '식물박사'

이투데이

이준규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이 경기 용인 에버랜드 내 튤립정원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 그룹장은 조경학 박사이자 10년 넘게 에버랜드의 정원을 가꾸고 디자인하는 조경전문가다. 에버랜드의 상징인 ‘튤립축제’의 콘셉트 기획부터 운영까지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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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꽃을 보러 찾는 곳이 아닌 정원 문화를 경험하고 식물의 가치를 알아가는 곳이 에버랜드였으면 좋겠습니다. 에버랜드가 국내 최고의 정원을 넘어 세계적인 수준의 정원을 가꿨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준규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이 꽃과 식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에버랜드 정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그룹장은 성균관대에서 조경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2002년 삼성에버랜드(삼성물산) 환경디자인센터 조경디자이너로 입사해 10년간 조경프로젝트를 담당했다. 2010년 첫 테마파크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정원 문화 분야 공부에 갈증을 느낀 그는 2011년 돌연 사직서를 내고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에식스대학교 리틀 디자인스쿨에서 정원디자인 석·박사 과정을 밟은 뒤 2016년 귀국해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식물컨텐츠그룹장으로 재입사했다. 현재 에버랜드의 정원을 가꾸고 디자인하는 조경전문가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에버랜드의 모든 식물 자원들을 최신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업무에 필요한 소양의 범위가 넓죠. 식물 육종에 해당하는 논리적인 과학, 정원을 연출하는 섬세한 예술, 식물을 관리하는 꾸준한 조경 관리까지 식물과 관련된 어떤 이슈라도 해결할 수 있어야 해요. 학문적 지식과 실무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에버랜드의 정원을 책임지고 있죠.”

에버랜드가 1992년부터 26년째 이어오고 있는 ‘튤립축제’는 1985년 시작한 장미축제와 함께 국내 꽃 축제의 효시로 불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3월에 ‘환상적인 튤립정원(Magical tulip garden)’이라는 콘셉트로 110종 120만 송이 형형색색 튤립이 에버랜드 전역을 화려하게 수놓았고, 주말엔 하루 평균 3만여 명의 관람객을 맞으며 성황리에 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 그룹장은 45일의 축제기간을 위해 1년간 준비한다. 축제의 성공 여부가 그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튤립축제도 지난해 축제가 끝난 4월부터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올해 축제에 쓰인 튤립도 작년 4월에 선정한 거죠. 네덜란드에서 튤립을 공수해 오기까지의 과정이 가장 어려워요. 축제 연출 콘셉트에 맞게 사용할 품종과 수량을 결정하고 그 해 11월에 한국에 들어오는데, 콘셉트는 논의 과정에서 트렌드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거든요. 콘셉트가 바뀌면 쓸 수 있는 튤립에 한계가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11월 한국에 들어온 튤립은 에버랜드에서 겨울을 보낸다. 식물재배하우스에 튤립 구근(알뿌리)을 심어 자연 상태의 개화를 유도하는데 한파로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은 축제 시즌에 맞춰 개화시키기까지 여건이 녹록지 않았다.

“땅이 얼기 전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데 한파로 뿌리가 내리기 전에 흙이 얼까 봐 노심초사했죠. 그렇다고 하우스 온도를 올리면 개화가 너무 빨리 진행되는 문제가 있죠. 120만 개 화분의 흙을 일일이 파헤치며 뿌리가 내려졌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날씨를 극복하기 위해 부지런히 하우스를 오가며 노력했는데 다행히 튤립들이 잘 버텨줬어요.”

축제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이 그룹장의 역할이다. 매 시즌 에버랜드만의 차별점을 강화하고자 새로운 콘셉트의 튤립정원을 만드는 데 힘쓴다. 희귀종 꽃을 공수해 오는가 하면 정원의 담을 과감히 제거하고 관람객이 꽃과 가까이서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

“손님들이 꽃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어서 과감하게 제거하기로 마음먹었죠. 오히려 펜스를 철거하니 꽃이 훼손되는 일이 적어졌어요. 꽃과 함께 사진을 찍을 때도 혹여나 밟을까 조심하시더군요. 그렇게 꽃의 가치를 알아주고 아껴주시는 모습을 보면 에버랜드 정원을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 식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큰 감사와 행복감을 느낍니다.”

“식물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친구 같다”고 말하는 이 그룹장은 “에버랜드가 갖고 있는 식물 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해 에버랜드 정원에서 보낸 시간이 관람객들에게 가장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투데이/김민정 기자(m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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