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방문운전연수 기승…"그럴싸한 홈피에 속지마세요"

운전학원 외 모두 불법…사고 땐 보험처리 안돼·돈 받고 잠적, 성범죄 위험도

일러스트=오성수 화백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김민영 기자]소위 ‘장롱면허’ 소지자 A(31·여)씨는 최근 서울의 한 방문운전연수 업체를 통해 도로연수를 받았다. 수강료가 전문학원의 절반인데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어 처음엔 만족스러웠다.

A씨는 총 10시간 수강에 22만원을 내기로 하고 K5 승용차를 끌고 온 강사로부터 첫날 3시간 동안 도로 연수를 받았다. 이후 강사 요구로 수강료 전액을 송금했다. 입금 된 뒤부터 강사의 태도가 돌변했다. 두 번째 연수부터 운전보다 사생활이나 정치 이야기 등 잡담하는 시간이 크게 늘고 서울 신촌 등 도심에서 연수를 진행해 운전하는 시간보다 신호 대기시간이 더 길었다.

최근 장롱면허 운전자들을 노리는 방문연수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과 친절한 서비스 등을 내세우며 인터넷에서 홍보를 하고 있지만 모두 무인가 불법 업체들이다. 자칫 잘못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사고 땐 보험 처리도 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합법적으로 운전교육 및 운전연수를 할 수 있는 학원은 서울 14곳 등 전국적으로 400개 업체가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그럴싸하게 꾸며 놓고 영업하는 업체들이 있는데 운전학원 이외에서 운전 연수를 받는 건 불법”이라고 했다. 또 “이들 업체가 현금 장사를 하는 이유도 불법이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면 보험처리가 안 돼 고초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범죄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최근 방문연수를 받은 B(30·여)씨는 “40대 중반 남자 강사가 핸들을 돌리는 척하면서 손등을 쓰다듬었다. 남자친구 얘기나 몸매 품평도 서슴지 않았다”며 “‘살 빼면 예쁘겠다’ ‘결혼은 언제 하느냐’ 등 운전과 상관없는 질문을 계속 받아 단 둘이 차 안에 있는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도 수강료를 받은 뒤 연락을 끊어 버리거나 임의로 시간을 단축하고, 연수 날짜를 바꾸는 등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

실제 서울 강남경찰서는 2013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무등록 운전학원을 운영하며 교육생 961명으로부터 3억4000만원을 챙긴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학원장 C(50)씨 등 13명을 검거했다. C씨는 인터넷 구인광고를 통해 무자격 강사 12명을 고용해 시간당 1만~1만5000원을 주고 연수를 하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교통공단 자동차운전전문강사 자격시험을 통과한 강사로부터 연수를 받는 게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고 당부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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