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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바이오 R&D비용 전수조사①]제약·바이오기업 ‘R&D비용 자산화’ 우려할 수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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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외국계 증권사 도이치뱅크가 국내 최대 바이오제약사인 셀트리온의 연구개발(R&D) 비용 무형자산 인식을 문제로 지적한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 비용의 R&D 비용 처리 방식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에 이어 차바이오텍마저 이 문제로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후 상장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다. 급기야 금융당국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는 특별감리에 돌입하면서 바이오주들은 패닉상태에 빠져 있다.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지적에 대해 신약이나 신기술 개발하는 벤처기업들의 환경을 이해하지 못한 지적이라는 관련 기업들의 항변이 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R&D 비용의 자산화가 극히 일부에서만 이뤄지고 있는데 전체가 그런 것처럼 매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가 25일 국내증시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기업의 R&D비용 자산화 비율을 전수조사한 결과 상장 제약사의 70% 정도는 R&D 비용을 판관비 등으로 분류해 손실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다수의 기업들은 임상 진행 과정 등의 개연성을 들며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대다수 제약·바이오 기업이 관행적으로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17년 사업보고서 기준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벤처기업들의 R&D 현황을 살펴본 결과, 먼저 R&D비용을 공시한 코스피 상장사는 23개사로 이 중 무형자산과 판관비를 구분 공시한 회사는 22개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22개사의 회사들의 R&D 비용 총액은 13조2366억원이었는데, 이 중 무형자산에 해당되는 금액은 3118억원으로, 자산화 비율은 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0조1186억원은 판관비 외에 비용처리 한 금액으로 70% 가량이나 비용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부 기업만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해서 평균값이 높아진 것일 뿐 대부분의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R&D 비용을 대부분 판관비 등으로 처리했다.

코스닥에 상장된 바이오 회사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무형자산과 판관비를 구분 공시한 52개사의 전체 R&D 비용 총액 2조8942억원이었는데, 이 중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금액은 655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22%만이 자산화됐고, 나머지 2조2386억원으로 판관비 등으로 80% 가까이 비용처리 됐다.

통상 R&D 비용 회계 처리방식에서 그 성과가 미래에 특허권이나 자산으로 인식될 것으로 기대된다면 회사에서는 회계상 ‘무형자산’ 항목에 해당하는 ‘개발비’로 처리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연구원들의 인건비나 자산으로 인식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판매관리비(이하 판관비)로 비용 처리한다.

다만, 향후 이 R&D 비용이 개발비인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게 되면 다시 모두 비용처리 해 회사의 영업이익에 커다란 손실을 입히게 된다는 위험성이 있다.

일단 시장과 당국에서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코스피와 코스닥의 전체 자산화 된 비율이 29%인 것으로 나타나 상장사 바이오벤처기업에 대한 회계 불확실성은 상당해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회계감리에 들어간 금융감독원이 노리는 점도 연구개발비를 과도하게 자산으로 처리하는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들 막론하고 지난해 R&D 비용을 100% 비용처리한 회사도 절반가량이나 된 점이 눈에 띈다.

실제 코스피의 경우 신풍제약, 동성제약, 제일약품, 환인제약, 일성신약, 삼일제약 등이 100% 비용처리해 자산화 비율이 0%였다. 또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JW중외제약, 대원제약 등도 무형자산 비율이 10%를 넘기지 않았다.

코스닥의 바이오 회사도 보수적 회계방식을 택한 상장사가 많았다. 신라젠, 제넥신, 휴온스, 녹십자랩셀, 녹십자엠에스, 엔지켐생명과학, 뉴트리바이오텍, 동국제약, 파마리서치프로덕트, 알테오젠, 휴메딕스, 바이오리더스, 동구바이오제약, SK바이오랜드, 바이오톡스텍, 일신바이오, 솔고바이오, 지엘팜텍 등 상당한 회사들이 100% 비용처리 했다.

특히, 신라젠의 경우 지난 2015년에도 신라젠은 매출액(당시 18억원)의 4.5배가 되는 R&D비용 82억원을 모두 비용 처리했으며, 2016년 역시 매출액(당시 53억원)의 5배가량 되는 261억원을 일괄 판관비로 계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 바이오 상장사들은 대부분의 R&D 비용을 자산으로 계상한 곳도 있었다. 코미팜이 97%로 상당수를 차지했으며, 이 외 서린바이오가 95%, 바이로메드가 88%, 셀루메드가 80%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R&D 비용에서 자산화 비중이 높다는 것을 두고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R&D 비용의 자산화는 그만큼 신약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증거라는 해석이다. 문제는 신약의 개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런 불확실성을 고려해 승인이 나기 전까지는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잡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러 신약을 개발해 매출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미국 기업들도 임상 3상 통과나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전까지 나간 연구개발비는 모두 그 해의 비용으로 처리한다. 반면 국내 제약사는 임상 전이나 임상 1상부터 자산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소윤 기자 yoon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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