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태운 고성 산불 '전선 끊어짐'이 원인

지난달 28일 축구장 56개 면적에 해당하는 40㏊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고성산불의 원인에 대해 경찰이 '전선 끊어짐'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강원 고성경찰서는 업무상 실화 혐의로 고성군 간성읍 탑동리 인근의 채석장 업체 대표 61살 A씨와 전기설비안전관리 대행업체 대표 52살 B씨 등 2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A씨 등은 채석장 인근 배전반에 연결된 240ｍ 길이의 전선 케이블을 사용하면서 전기 설비시설 기준에 따른 안전조치를 미흡하게 해 전선 일부가 끊어져 화재를 발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A씨 등은 채석장 내 용접 작업을 위해 15년 전인 2003년 전선 케이블을 설치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누전차단기 설치는 물론 전선 케이블을 땅에 묻거나 전신주를 이용해 지중으로 설치하지도 않았고 전선 훼손 방지를 위한 안전망도 씌우지 않은 채 도로와 개울 사이 경사지 땅바닥에 가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산불 발생 직후 합동 현장감식을 벌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전선 케이블의 끊어진 흔적 주변을 발화부로 볼 수 있다는 정밀감정 결과를 내놨습니다.

또 전선 케이블 절연 피복이 벗겨지는 등의 손상이 단락으로 이어져 발화했을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와 함께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도 사건 발생 시간대를 새벽 5시 45분에서 6시 사이로 추정했습니다.

특히 최초 발화 지점인 끊어진 흔적 주변 100ｍ 이내에서 논·밭두렁을 소각한 흔적이 없는 점, 기상청의 낙뢰기록이 없고 습도가 높아 담뱃불로 인한 발화가 어려워 입산자 실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은 국과수 등의 정밀 감식 결과와 발화 지점으로 향하는 길목 3곳의 CCTV와 차량 블랙박스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고성산불은 채석장에서 설치한 전선 케이블의 끊어짐으로 인한 화재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 경찰은 채석장 대표 A씨가 토석 채취 허가 구역 이외에서 토석을 불법 채취해 산림을 훼손한 사실을 확인하고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새벽 발생한 고성산불로 40㏊의 산림과 단독주택 등 16채의 건물이 소실됐습니다.

[홍순준 기자 kohs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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