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열었다가 판매가 끝나면 철수하는 '팝업(Pop-up)스토어'가 유행이다. 과거엔 휴가철 해변이나 축제가 열리는 곳에 잠시 운영되던 매장이었으나 오늘날엔 대도시 한복판에서 새로운 유행을 만들거나 신제품을 홍보하는 요소로 활용된다. 최근엔 나이키, 루이비통 등 글로벌 브랜드도 '팝업 스토어'를 만들고 있다.
영국 런던의 오래된 다리 아래. 그래피티가 어지럽게 그려진 벽 앞 공터에 글로벌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가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기간은 단 4일. 나이키는 이 기간 고가의 제품을 한정 수량으로 팔았다. 소문을 듣고 온 고객들은 텐트까지 쳐가며 줄을 섰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이 정규 매장 대신 마이애미와 런던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신제품을 론칭했을 때도 고객들은 줄을 서서 문이 열리기만 기다렸다. VIP든 일반고객이든 대기표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팝업스토어는 공간의 이동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공간을 고정하고 콘텐트를 바꾸는 방식도 있다. 서울의 한 레스토랑은 한달 단위로 최고 수준의 주방장을 초청해 고객을 맞이한다. 메뉴는 주방장이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단 한가지. 고객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다른 메뉴를 먹고 싶다면 고객은 새로운 주방장이 초빙되는 다음달 다시 방문해야 한다.
상수동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정상 운영한다. 대신 일요일과 월요일은 매번 새로운 운영자가 와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판매한다. 미국의 상설 농민시장의 과일코너는 계절과일 생산자에게 일주일 단위 또는 한달 단위로 매장을 임대한다.
고객들은 왜 이런 불편하고 낯선 경험에 열광할까. 고정된 장소, 고정된 콘텐트에선 찾을 수 없는 즐거움과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팝업스토어는 한시적이고 새롭다. 그러다보니 남들이 미처 찾아내지 못한 특별한 걸 팝업스토어에선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 누구보다 유행을 앞서 접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대량생산제품 중 하나를 고르는 대신 특별한 행사의 주체가 된다는 기분도 팝업스토어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가질 만큼 가졌다. 그들에게 아쉬운 경험은 '새로움'이다. 팝업스토어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새로움이라는 경험 요소를 덧입히기 위한 좋은 대안이다. 따라서 팝업스토어는 이곳저곳을 떠도는 할인매장이나 주말시장과 달리 아주 새로워야 한다. 도심의 건물옥상과 강변, 심지어 강이나 바다 위에 다양한 팝업스토어가 떴다 사라지는 이유다. 공연이나 전시 등 다양한 체험이 더 많이 제공되는 것도 팝업스토어의 묘미다.
제품을 구매하는 동안의 긍정적인 경험이 제품의 품질 평가나 구매 후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매장에서의 친절함이나 마일리지 포인트만으로는 긍정적인 경험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모처럼 모바일을 떠나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라면 더욱 그렇다.
팝업스토어는 새로운 시도를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사업자는 정식 매장을 운영하기 전에 적은 비용으로 팝업스토어를 열어 소비자의 취향 등 시장조사를 할 수 있다. 길고 긴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빈 상점이 늘어나고 있는 곳이라면 매력적인 팝업스토어 거리를 조성하는 것도 한번쯤 고민해볼 만한 일이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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