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현직 4성 제독’ 긴급투입 공석 메우기
북·중에 강경…소식통 “민간인 대사 되면 또 그 역할 충실할 것”
솔직하고 직설적…북한 잘 알고 한국 인사들과도 친분 두터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오스트레일리아 주재 대사로 지명한 해리 해리스(62)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장기간 공석인 주한 미국대사로 재지명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4일(현지시각)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리스 사령관의 주한대사 지명을 건의했으며, 재가가 나면 이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해리스 사령관도 폼페이오 지명자에게 주한대사로 복무할 의향이 있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사정에 밝은 워싱턴 소식통은 <한겨레>에 “보도 내용이 맞다”고 확인했다.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워싱턴 포스트>에 폼페이오 지명자가 북-미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현재 공석인 주한대사 자리를 채워야 하는 사안의 긴급성 때문에 이러한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줄리 비숍 오스트레일리아 외무장관도 존 설리번 미 국무장관 대행한테 이런 결정을 통보받았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주한 미국대사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마크 리퍼트 대사가 지난해 1월 이임한 이후 15개월 동안 자리가 비어 있어, 마크 내퍼 대사대리가 임무를 대행하고 있다. 지난 2월 오스트레일리아 주재 대사로 지명된 해리스 사령관은 애초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밤 정부가 갑작스럽게 청문회 취소를 요청했고, 외교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해리스 사령관은 일본계 모친과 미 제7함대의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 미군기지에서 해군 중사로 복무한 부친을 둔 보수 성향 인사다. 해군 소속으로 태평양함대사령관을 역임하고 2015년 주한미군사령부를 휘하에 둔 태평양사령관에 취임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해리스 사령관은 현직 4성 제독이라는 점에서 주한 미국대사로서 과거 인사들에 비해 훨씬 비중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그동안 북한과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지난달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선, 북한 정권이 핵무기 보유를 통해 한반도를 적화통일하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5년에는 중국과 주변국들의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인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조성하는 중국을 향해 “모래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태평양사령관은 안보를 책임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민간인 신분인 대사가 되면 그에 맞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소식통은 이어 “해리스 사령관은 북한에 대해 잘 알고 한국 정부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터워 바로 대사로 투입할 수 있는 준비된 인사다.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성격이라 오히려 대화하기가 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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