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제작한 서버도 활용…광범위한 조작 의혹 제기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모(48) 씨 일당이 매크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제작한 ‘매크로 서버’까지 이용한 데 이어 수천 개의 ID를 여론조작에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애초 알려진 것보다 진화된 댓글 조작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25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월 17일부터 이틀간 매크로 프로그램에 의해 포털기사 댓글 여론조작에 이용된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가 총 2000여 개에 달한다고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614개가 1월 17일 기사에 달린 댓글 조작에 쓰인 것을 확인했다. 일부는 해외 IP를 이용해 만들어지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나머지 아이디도 댓글 조작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아이디를 정밀 분석 중이다.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수사관들이 24일 느릅나무 출판사 세무 업무를 담당한 서울 강남구 한 회계법인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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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아이디 2000여 개가 매크로를 활용된 정황은 보이는데, 누가 이 아이디를 쓴 것인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라며 “현재까진 1월 17일 기사에 쓰인 아이디 614개만 이들의 범행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김 씨 일당이 특정 댓글의 ‘공감’ 클릭 수를 높이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 서버를 자체 제작해 운영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들은 이 서버를 ‘킹크랩’이라 부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진 이 서버가 지난 1월 17일 네이버 뉴스 댓글 여론조작 범행에 쓰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은 김 씨 이들이 서버를 추가적인 여론 조작에 조직적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조작 의심 사례들을 분석 중이다.
경찰은 또 해당 서버가 일반적인 매크로 프로그램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것으로 보고 서버 구축 경위 등을 파악 중이다.
김 씨 일당이 최소 수백 개의 아이디와 함께 자체 제작한 서버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각에선 여론조작 활동이 예상보다 광범위하고 전문적으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특히 서버는 기술 지식이 있어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서버는 단순히 컴퓨터에 구동되는 매크로 프로그램과 달리 여러 대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명령해 동시다발적으로 인터넷 댓글을 달 수 있게 한다”며 “일정 이상의 컴퓨터 기술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김 씨가 운영한 느릅나무 출판사의 운영 자금 출처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4일 출판사의 세무 업무를 담당한 서울 강남의 한 회계법인과 파주 세무서를 압수수색하고 출판사 회계장부와 전산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김 씨 일당이 여론조작 자금의 출처와 사용처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이들의 금융기관 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도 집행해 이들의 금융거래 내역을 확보 중이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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