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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사람도 가고, 돼지도 갔던 북녘" 교류의 기억, 그리고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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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 전북의 과거와 미래①] 농축산·교육, 활발했던 남북의 만남

전북CBS 임상훈 기자

남북정상회담이 임박하면서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전북지역은 민관 차원의 남북교류를 활발하게 진행했지만 2008년 이후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모든 교류는 중단됐다. 하지만 사라진 10년에도 불구하고 교류를 위한 준비는 진행형이었고, 남북교류 활성화에 대한 전북지역 기대는 큰 상태다. 전북CBS는 앞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남북교류에 대비해 민관 교류에 참여했던 이들, 개성공단 입주기업, 상봉을 바라는 이산가족 등 전북지역 사람들의 경험과 바람을 세 차례에 거쳐 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사람도 가고, 돼지도 갔던 북녘" 교류의 기억, 그리고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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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고교 2학년으로 북한을 방문해 북녘의 학생들과 사진을 찍은 심금로씨(사진 오른쪽)는 어느덧 서른살이 됐다. (사진=전북겨레하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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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고등학교 2학년인 심금로(30)씨는 난생처음 북녘땅을 밟았다.

전북교육청과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꾸준히 진행한 북녘 교과서용 종이 보내기 운동의 결과물로 교육 교류과 진행됐고, 심 씨도 20여 명의 방북단에 포함되는 행운을 안았다.

북한에서의 4박 5일간의 일정 동안 심씨는 김책공업대, 모란봉제일중학교, 북한의 학원 등 교육시설을 두루 돌아봤고 북녘의 또래 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심씨는 "북한에 간다는 게 두렵기보다는 설렜고 같은 나잇대 친구나 형들과 이야기 하고 노래도 했다"며 "고등학생 시절의 경험은 제 진로에도 영향을 미쳐 외교와 통일, 정치 등에 관심을 두게 됐고 대학도 관련 전공을 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문점을 거쳐 개성을 통해 평양으로 가는 육로가 아닌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북녘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비자를 발급받고서야 만날 수 있다는 게 고등학생의 생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심씨는 "지금 학생들은 입시지옥에 살고 있고 교육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그런 삶은 똑같을 것이다"며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교류도 확대돼 지금의 고교생들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하고 인식이나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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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전북 진안군의 돼지들이 간 평안남도 남포의 돼지농장 배치도.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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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전북 진안군의 돼지 264마리가 사람도 가기 힘든 북녘땅으로 갔다. 당시 진안군 일성영농조합법인 대표였던 홍희표(50)씨는 돼지를 인솔하고 북한을 방문했다.

남북교류사업 중 전북은 축산 분야를 담당했고, 일성영농조합법인의 돼지농장은 외진 곳에 있어 전염병 등을 겪지 않아 행운을 안게 된 것이다.

분단 뒤 북녘으로 간 남한의 첫 돼지들은 육로를 통해 개성을 거쳐 평안남도 남포특급시 배대리 농장에 도착했다. 홍 씨는 이후로도 두 차례 더 북녘의 농장을 방문해 남한의 돼지들이 북녘에서 새끼돼지를 낳는 것까지 지켜보며 양돈기술을 전수했다.

홍씨는 "북한에도 한국의 NGO 같은 곳이 있어 그들과 교류했고, '남한에서는 지금도 북한사람들 머리에 뿔 난 것으로 그려요?'라는 질문에 서로 웃음보를 터트리기도 했다"며 "당시에도 북한은 남한이 자신들보다 더 잘 사는 것을 알았고, 돼지 분뇨를 처리할 탱크로리 트럭을 주면 안 되겠냐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일성'영농조합법인이 북한에서는 불경한 명칭이어서 북녘에는 '일송'영농조합법인으로 소개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홍씨는 "다시 교류가 시작된다면 일방적으로 지원하고 교류가 끊기는 형태가 아니라 지속해서 교류하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다"며 "남한이 겪는 산업에서의 시행착오와 잘못을 북한이 반복하지 않게 제도적으로 피드백이 있게 보완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홍씨처럼 산림, 채소, 축산 등 당시 남북 민간교류에 참여했던 이들은 10년 넘게 모임을 가지며 또다시 교류가 재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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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북한을 방문한 전북지역 교사와 학생들이 묘향산에서 북한의 학생, 교사를 만나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전북겨레하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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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에서부터 이어지는 남북 해빙 분위기에 맞춰 전북도와 전북교육청 등도 남북교류를 위해 활발하게 준비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2007년 제정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에 기반해 지난해까지 98억9000여만 원의 기금을 조성한 상태다. 남북 대결 분위기 속에서 사용처를 찾지 못했던 기금은 농도 전북의 특성을 고려해 농업 분야 교류를 위한 넉넉한 종잣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교육청도 2010년 전라북도남북교육협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이래 7억 원이 넘는 남북교육교류 기금을 모았다. 특히 남북 화해 분위기에 맞춰 북녘의 교사와 학생이 전북의 동학혁명 유적지를 답사하고, 남녘의 교사와 학생이 북한의 고구려 유적지를 둘러보는 교류 방안 등을 준비하고 있다.

콩우유 보내기, 교과서용 종이 보내기 등 전북교육청 등과 함께 민간 차원 교류활동을 진행했던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도 교류 재개를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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