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도 한 번 풀어보자.
문: 정약용이 저술한 책의 수는?
① 500권 ② 900권 ③ 8,000권
④ 1,000권 ⑤ 200권
이렇게 황당한 문제가 있을까. 숨이 턱 막히는 이 문제의 정답은 ① 500권이다.
이것을 안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약용이 저술한 책의 수가 500권이라는 사실을 안다고 해서 국가공무원으로서 한국사에 관한 소양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답답한 문제가 언제 어느 시험에서 출제되었냐고?
사법시험 1차에 한국사가 필수 과목으로 있던 시절, 1989년 치러진 사법시험 31회에 실제로 출제되었던 기출문제다.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사리에 밝으며 법조인으로서 소양이 있던 분들이 이런 황당한 문제에 덜미가 잡혀 낙방의 고배를 마시곤 했다. 이런 문제에 대비하여 연도와 단편적인 사실들을 암기하느냐 마느냐가 법조인이 되느냐 마느냐를 가르기도 했기에 사법시험 준비는 더 한층 가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왜 이런 문제를 풀고 암기하며 청춘을 이곳에서 낭비하고 있느냐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이 기출문제와 관련한 후일담이 하나 있다. 수험생 가운데 그때 당시 가장 많이 보던 한국사 교재의 해당 구절이 생각난 사람이 있었더란다. 그 수험생이 기억해 낸 구절은 "여유당전서 외 500여 권"이라는 구절이었다. "500여 권"이니 500권보다 많은 것 같고 게다가 "여유당전서 외"라고 했으니 그 이상이 되지 않을까. 이 수험생은 정답으로 몇 번을 찍었을까.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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