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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같은 듯 다른 기업 인수와 합병, 그 개념과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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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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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109]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지배구조 개편을 하면서 현대모비스의 분할 법인과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통상 M&A라 불리는 기업 인수·합병에 있어 합병의 절차를 진행 중인 것이다.

이러한 기업과 기업 간 합병은 그리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M&A의 일부인 경영권 양수도가 동반되는 기업 지분 인수 역시 M&A의 일종으로 불린다. 이 둘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먼저 합병을 하게 되면 두 회사가 법적으로 하나의 회사가 된다. 회사의 조직과 구성원 등이 모두 새로운 조직으로 개편되는 것뿐 아니라 회계장부도 하나로 통합되고, 재무제표도 합쳐진 상태로 외부에 공시된다. 그야말로 두 개의 몸이 하나의 몸으로 합쳐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복잡한 절차가 많이 필요하다. 조직이 통합되고, 구성원들의 조직 개편도 일어나고 시스템 통합도 하면서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러나 그러한 실질적 변화뿐 아니라 회계와 지배구조의 변화도 크게 일어나게 된다.

회계 시스템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두 개 회사의 재무정보가 완전히 합산되게 된다. 또한 두 개 회사의 각기 다른 주주가 합병된 회사의 주주로 주주 구성 또한 달라지게 된다. 여기에서 경영권이 이동될 수도 있고 지분율이 변경돼 기업 재산권의 지분 비율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경영권 양수도가 수반되는 기업의 지분 인수'는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만큼 다른 회사의 주식(지분)을 인수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조직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고, 법적으로 두 개 회사는 그냥 존속하게 된다. 시스템 통합도 필요는 없고 회계 시스템도 따로 운영하고, 지배구조의 변화도 필요하지 않다.

특히 회계 시스템은 두 개로 구성되고, 서로 다른 장부가 만들어진 후 향후 연결재무제표 등으로 재무제표를 합산하는 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따라서 합병에 비해 간편한 M&A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권을 포함하는 지분 인수'와 '합병'은 흔히 M&A라는 개념으로 같이 활용하지만, 실제론 꽤 다르다. 특히 후자인 합병은 주주 간 지배권과 지분율이 변동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합병 비율 산출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또한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도 있을 수 있으므로 주주총회 승인 절차도 거쳐야 하며,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도권도 부여된다.

반대로 '경영권을 포함하는 지분 인수'는 기업 경영의 자율을 위해 큰 제재가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롭게 기업의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을 거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경영권이 넘어가는 지분 인수는 회사의 경영권이 넘어간 후 인수한 회사가 정상적으로 회사를 경영하는가, 아니면 인수한 회사를 특정 주체의 목적 달성을 위해 악용 또는 활용하는가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합병의 경우 합병한 후 주주의 지분율이 바뀌면서 경영권이 달라지고, 재산권 또한 달라질 수 있어 '합병 비율' 산출부터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산출된 합병 비율의 적정성과 상대적으로 크게 피해를 보거나 이익을 보는 주주가 있는지를 판단해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엘리엇은 현재 현대모비스의 분할 법인과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과 합병 비율 산출을 수행한 회계법인은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옳은 합병 비율은 없을 것이나, 최대한 객관적이고 많은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합병 비율 산출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정 주주의 재산권과 경영권이 합병이라는 이벤트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침해당하는 일은 최소화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 판단은 결국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과 그 평가 결과를 바라보는 사람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특히 투자를 하고 있는 투자자뿐 아니라 금융당국, 정책 입안자 등 많은 이들이 더욱 회계를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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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철 회계사]

※최병철 회계사는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며 회계감사, 컨설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기업 실무자, 증권사 직원, 법조인, 언론인,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에게 회계와 재무제표 실무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연세대 경영학과 학사·석사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회계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저서로는 '개미마인드 : 재무제표로 주식투자하라', '지금 바로 재무제표에 눈을 떠라'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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