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제값받기 노력에도 수요처인 정부부터 예산 깎기
도전정신 요구하기 이전에 정당한 보상·대우 제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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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조건을 도저히 맞춰줄 수 없는게 현실입니다”
IT 서비스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가 내놨던 위 입장에 종사자들은 ‘우리도 삶의 질을 높일 권리가 있다’며 반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종사자들의 관련 청원이 올라왔고, 결국 협회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예외 적용을 받는 ‘특례업종’ 지정 신청 계획을 백지화했다.
삶의 질을 뜻하는 ‘워라밸’이란 말이 유행하는 사회적 흐름을 산업계도, 협회도 모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IT서비스 업계가 이런 요청을 검토했던데는 속사정이 있다.
SW를 기반으로 조직의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IT 서비스 사업은 늘 빠듯한 사업 일정과 제한된 예산 속에서 희생을 강요당해왔다.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발주할 때와 시간이 지난 뒤 이야기가 달라지고, 이 때문에 사업기간은 늘어나는데 비해 용역서비스 대가는 늘어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전형적인 ‘을의 눈물’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소프트웨어(SW)와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인식은 부족하기만 하다. 여차하면 불법복제와 불법 유통 기회를 찾고, 조금이라도 가격을 낮추기 위해 각종 ‘꼼수’가 등장한다. 여기에 추가 조건을 계속 달면서 납기일은 맞추기를 요구한다.
IT서비스, SW산업, 보안산업 등 관련 산업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오랜 기간 상품·서비스에 대해 ‘제값 받기’를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공공기관부터 당장 예산 절감 1순위로 꼽는다.
지금 우리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로에 서있다. IT 상품·서비스의 구매자인 정부·기업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형의 자산에 대해 말로만 중요하다고 외칠 것이 아니라, 제값주기 등 실질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당장 몇 푼 아끼자고 예산을 깎는다면, 갈수록 열악해지는 근무 조건에 IT 업계 인재는 고갈되고 말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개척정신을 요구하기 전에 실질적인 대우와 보상을 제공하는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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