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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사설] 무산된 개헌 국민투표, 동력은 살려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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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개헌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려면 그제까지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됐어야 하지만 정치권은 ‘드루킹 댓글사건’과 관련한 특검 등을 놓고 다투느라 개정안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여야는 책임을 서로 상대방에 전가하며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개헌 불발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국회는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을 단 한 번도 심의하지 않은 채 국민투표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야권을 겨냥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콕 집어 “정권교체를 불인정하고 대선 불복을 하는 것이 존재 목적”이라고 맹비난했다.

야권은 외려 청와대와 여당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를 탓하며 개헌 동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자신들만의 개헌 시간을 갖고 야권을 종용하는 것은 개헌하지 말자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다른 야당들도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자체가 일을 어그러뜨린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여야 모두 개헌을 지방선거 전략과 연계시키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권은 지방분권 등을 앞세워 개헌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면 선거 승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여기는 반면 개헌이 실정(失政) 눈가림용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는 게 야권의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의 성격을 지닌 지방선거를 통해 그동안의 인사 참사와 취업난, 최저임금을 비롯한 경제정책 헛발질 등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다.

현행 1987년 헌법 체제를 바꾸자는 게 대세인 것은 분명하다. 6월 국민투표가 무산됐다고 해서 31년 만의 개헌 기회가 물거품 됐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다소 성급해 보인다. 여야가 합의만 하면 개헌은 언제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투표를 따로 실시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지만 아수라장 같은 지금 정국에서 나라의 명운이 걸린 개헌을 서둘러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개헌안을 덜컥 내민 문 대통령에게 책임의 일단을 묻지 않을 수 없는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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