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일부 지역 빼고 대량의 미달 사태 속출
다음 달 전국 일원에서 아파트 분양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 한다. 서울 7000여 가구를 포함해 수도권 2만 8000여 가구, 지방 1만 9000여 가구 등 모두 4만 7000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주인을 찾는다. 봄 성수기 물량에다 지방 선거를 의식한 미리 앞당긴 분양 분이 더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전년 같은 달보다 2배가량 많은 물량이 쏟아진다. 문제는 공급이 넘쳐난다고 야단인데도 신규 분양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욱이 정부가 여러 차례 강력한 규제책을 발표했고 요즘 들어 대출 금리까지 오르는 형국인데도 아파트 분양은 가중되고 있다. 일부 중소 도시에는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고 있으나 주택업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서울처럼 수요가 풍성한 지역이야 그렇다 치고 미분양 아파트가 지천으로 깔려 있는 곳에다 공급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 주택업체는 땅을 사놓은 상태여서 사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는 기존 아파트 소유자나 계약자는 어쩌란 말인가. 주변에 미분양이 속출하면 집값은 떨어질 게 뻔하다. 주택업체들의 과욕으로 선량한 수요자만 손해를 보게 된다는 소리다. 올해 들어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는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분양이 잘 돼 너 나 할 것 없이 쾌재를 불렀으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물론 서울은 여전히 청약 경쟁이 치열하고 부산·대구·인천 등 대도시는 그런대로 선전하는 모양새다. 일부 인기 없는 평형은 순위 내 청약이 미달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대개는 1~2 순위에서 마감이 이뤄진다. 아직까지는 청약열기가 살아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공급이 너무 많은 지역은 미분양 사태를 피할 길이 없다. 대표적인 공급 과잉 지역인 평택은 유명 브랜드도 힘을 못 쓴다. 이달 초 포스코건설이 분양한 평택 더샵은 순위 내 청약자가 적어 대량의 미달 사태를 빚었고 3월 분양 분인 효성 소사벌 사업 또한 참패를 당했다. 김포 한강 신도시 분양 시장도 싸늘하다. 1월에 분양한 금호 어울림 2단지와 동일 스위트 더파크 1,2단지 청약 성적은 낙제점 수준이다. 그동안 공급 물량이 많았던 남양주도 형편없다. 두산 위브와 별내 우미린 2차는 대규모 미분양 물량을 남겼다.
한때 잘 나가던 원주 기업도시에도 찬바람이 쌩쌩 분다. 지난 1,2월에 라인건설과 에이스건설이 분양한 3개의 사업장은 모두 청약자가 너무 적어 앞날이 걱정될 판이다. 수도권의 안산·의왕·화성 시장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순위 내 청약자가 절반도 안 되는 경우가 흔하다.
지방 도시는 더 힘들다.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남 창원은 대림산업과 롯데건설이 분양에 나섰다가 엄청난 이미지 손실을 입었다. 둘 다 순위 내 대거 미달 사태를 맞아 유명 브랜드 자존심이 확 구겨졌다.
땅값이 급등하던 제주도는 상황이 완전 뒤바뀌었다. 근래 분양 사업장 중에 성공을 거둔 곳이 하나도 없다. 공단이 많은 당진·오창·천안 같은 공업도시 성적도 말이 아니다. 청약 수요가 부족해 대부분 미달이다. 이런 판에 군 단위 사업장 사정은 어떻겠는가. 왜 이런 곳에다 분양을 강행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소도시인 순천은 수요 기반이 든든한 모양이다. 용당동 e편한 세상을 비롯해 신매곡 서한 이다음 1,2 단지는 모두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그렇다면 5월 분양 분은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서울이나 근교 주요 지역은 청약 성적이 우수할 것이다. 수요가 풍성하고 앞으로의 투자 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과열을 우려할 입장이다.
반면에 지방도시 분위기는 완전 딴 판이다. 따뜻한 봄기운과 달리 분양 시장의 냉기는 참기 어려운 시련이 될지 모른다.
이미 과잉 공급 진단이 난 지역은 더 이상 아파트를 분양해서는 안 된다. 신규 물량을 자꾸 쏟아내면 다 죽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주택 시장이 급속도로 침체되고 있는데 여기다가 물량을 더 쏟아내면 어떻게 되겠는가. 시장 논리를 따른다고 그냥 내버려 두면 지역 경제가 거덜이 날지 모른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수급 상황을 잘 살펴 여기에 맞는 적절한 통제를 가해야 한다. 손놓고 있다간 큰 사달이 벌어질 것이란 얘기다.
[이투데이/최영진 기자(choibak14@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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