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계약서·양도세 매수자 부담 관행 사라진 탓
세종 정부청사 인근 아파트 단지 전경© News1 장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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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로열층 집주인한테 5억원에 팔아주겠다고 해도 도통 매물을 내놓지 않네요. 앞으로 더 오르겠다는 기대심리가 있고 양도세 부담도 느끼고 있어서 일단은 좀더 기다리겠다는 눈치입니다." (세종시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최근 세종시에서 분양가 대비 2배 이상 뛰어넘는 단지가 나타나면서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분양권 웃돈이 가파르게 오르자 양도세를 피하기 위한 집주인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 단속이 강력해지면서 양도세 회피를 위한 전형적 수법인 다운계약서가 막히자 새로운 편법도 등장했다.
◇웃돈 4.2억원에 거래 웃돈 최고가…전국구 투자자 몰려
25일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세종시 대평동 A 단지의 전용면적 99㎡ 분양권은 웃돈 4억2000만원이 붙어 거래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금강을 조망하는 로열 동호수가 4억2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얘기가 있다"며 "조망권을 확보한 매물은 아예 없다"고 귀띔했다.
이 단지의 2015년 당시 분양가는 3억5000만원 수준이었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두고 사실상 분양가의 2배를 뛰어넘으며 세종시 웃돈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그럼에도 매수 문의가 계속되고 있어 중개사들이 매물 확보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입지와 상품성이 우수한 단지는 중개사들이 웃돈을 높여 집주인들에게 거래의사를 타진할 정도다.
대평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웃돈이 높게 오르자 처분을 고민하는 일부 투자자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입주를 앞둔 단지에선 매물 정리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집주인들은 일단 세종시 내 청약시장 흥행이 계속되면서 추가적인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달 '세종 제일풍경채 위너스카이'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09.25대1에 달했다. 지난달 '세종 마스터힐스' 역시 평균 18.14대1에 달하는 수치를 찍었다. 일반 매매시장도 비슷한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시 월간 매매상승률은 2015년 10월 이후로 단 한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고 있다.
현지에선 외부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에선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와 청약 당첨자 위장전입 단속 등 정부의 감시가 심해지자 세종시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라는 것이다. 여기에 신도시라는 특성이 쾌적한 주거환경과 교육여건 등이 부각되면서 충청도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종시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절대적인 시작 가격이 낮은 게 인기 비결"이라며 "투자자 일부는 매도자와 웃돈 협상 없이 매물이 나오면 즉시 계약하겠다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세종시 대평동 견본주택단지 제일풍경채 위너스카이 견본주택에서 청약예정자들이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2018.4.1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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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계약서 등 관행 사라진 대신 '더 센' 편법 등장?
지난해까지도 분양권 거래의 경우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다운계약서가 횡행했다. 세종시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1억원 정도 거래시에 3000만원 안팎에서 계약서를 작성한다. 여기에 양도세를 매수자에게 전가하는 방법도 활용됐다. 최근 정부가 불법거래 단속에 적극 나서면서 이들 수법은 사라졌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실거래가 허위 신고 건수(7263건)가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진동 소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운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거래가 불가능했던 시기도 있었다"며 "현재 불법관행은 사라져 웃돈 그대로 계약서를 작성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들 방법이 정부 단속에 막히자 이면계약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분양권 거래 계약서를 현재 시점에서 작성하되 등기는 입주 2년 후에 넘기겠다고 약정하는 조건을 내건다는 것이다. 실거주 2년을 채우지 않으면 양도세는 분양가와 매매가 차액의 절반에 달한다. 분양가에 웃돈 4억2000만원이 붙어 거래가 됐다면 2억1000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집주인들이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중개업소에 이면계약을 조건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외부 투자자들도 세종시 내 실거주가 불가능하다. 양도세 절감이 투자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최근에도 이면계약을 조건으로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았다가 불발되는 사례도 포착됐다. 양도세를 최대한 부담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다면 매매계약을 하겠다는 집주인이 나타났으나 불법 거래라며 거부하자 다시 매물을 회수했다고 한 지역 공인중개사가 전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면계약으로 실거래가 진행된 사례도 있다"면서도 "다운계약서 등 불법거래를 취급하는 중개사들은 많지 않다"고 했다.
업계 안팎에선 매도자 우위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국지적인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집주인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한 다운계약서 작성에서 한단계 진일보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집값이 현 시점보다 급등 혹은 상승한다면 한쪽에선 피해가 발생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여기에 정부 단속에 적발되면 추가적인 세금부과도 피할 수 없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운계약서와 양도세 매수자 부담 관행이 희미해지면서 전반적인 웃돈이 더욱 오르고 있다"며 "집주인들은 추가로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고민하면서 편법이 새롭게 등장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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