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MT시평]하이리스크·하이리턴 연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머니투데이

산업계와 과학기술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논의 가운데 하나는 패스트팔로어와 퍼스트무버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글로벌 규모로 성장하고 과학기술이 국정과제에 포함되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듯하다. 가장 커다란 패스트팔로어의 장점은 퍼스트무버보다 낮은 리스크와 비용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퍼스트무버가 헤쳐나간 규제, 제품과 서비스 상용화 과정의 시행착오 등을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혁신의 관점에서 보면 파괴력이 높은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퍼스트무버와 성격이 다르다. 패스트팔로어들의 혁신은 기존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을 변형하고 품질을 업그레이드해 시장을 개척하는 점진적 혁신에 가깝다. 물론 패스트팔로어 전략은 시대에 뒤처진 버려야 할 전략도, 비판의 대상도 아니다. 패스트팔로어가 퍼스트무버를 넘어선 경우들도 있다. 우리나라 산업과 과학기술이 지금까지 발전한 경로가 대표 사례다.

4차 산업혁명 기술 경쟁과 초기 글로벌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자율주행차, 드론, 로봇,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이 대표기술이다. 이들은 점진적 혁신을 넘는 빅뱅파괴 기술이다. 소비자가 생각하지 못한 높은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파괴적 혁신과도 차이가 있다. 산업계와 시장의 지각변동뿐만 아니라 인간의 일하는 방식 변화와 일자리 대체를 통해 경제사회도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더 주목할 점은 이들이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연구의 결과물이란 점이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연구의 합의된 정의는 없다. 관련 국내외 문헌들을 정리하면 연구분야와 상관없이 국가 사회적 필요성이 높은 연구 주제를 대상으로 다양한 문제해결 경로와 목표로 실패 확률은 높지만 성공하면 기술발전과 미래 시장 형성 가능성이 큰 연구를 의미한다. 인터넷, 스텔스기술뿐만 아니라 최근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개발과 확산에 기여한 대표적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연구 지원기관인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2018년 예산은 약 3조4000억원이다. 유럽연합 대표 프로젝트인 ‘호라이즌(Horizon) 2020’에는 미래 시장창출을 위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약 3조6000억원의 해당 분야 연구투자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도 대표적 관련 사업인 미래사회창조사업 추진 예산을 2017년 대비 250억원 증액한 550억원 규모로 2018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주제도 사이버 세계와 인간을 연결하는 모델링과 인공지능, 혁신적 미래 식량생산기술, 개인용 위기대응 내비게이션 등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성이 높다.

위에서 언급한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의 우리나라 수준은 최고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70~80%다. 일부 전문가는 이야기한다. 우리에게는 어떤 새로운 기술이 출현해도 따라 잡을 수 있는 패스트팔로어 DNA가 있다고. 중국이 카피캣으로 불리던 시기까지는 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국가가 주도하면 기업과 국민들이 따라오는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를 바탕으로 첨단 과학기술과 산업이 굴기하는 중국을 바라보면 과거에나 통했던 이야기다.

2016년 우리나라 민간과 정부는 연구·개발에 69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10년 전인 2006년 27조3000억원, 20년 전인 1996년 10조8000여억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규모의 확대다. 이러한 공격적 투자 확대만큼 우리나라도 미래시장 개척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이젠 고위험 혁신적 연구 추진을 국가혁신체제를 구성하는 산학연과 국회 등이 함께 모여 고민해볼 시점이 아닐까. 물론 단기적 성과를 위한 기존 로리스크-로리턴 연구와는 선정, 관리, 평가방식과 차별되어야 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파격적인 문화와 제도에 대한 논의는 필수다. 2007년과 2017년 우리나라 10대 수출품목은 똑같다. 더 늦기 전에 넥스트 4차 산업혁명 기술도 고민해야 한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