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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7월 서울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아메리카노' 문화의 시작이었다. 신문물에 흥미를 느낀 이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달달한 다방커피에 길들여진 입맛에 쓰디쓴 '아메리카노'는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고, 종업원 서빙이 당연하던 시절 '셀프서비스'는 근본 없는 서비스로 비난받았다. 뜻을 알기힘든 '카라멜 마끼아또', '카페라떼' 등의 메뉴명, 한 잔당 3000원 안팎인 높은 가격에 반감도 형성됐다. 급기야 '이대, 명품, 외국 경험, 스타벅스'로 이어지는 이미지 고리가 형성되면서 2006년 '된장녀' 논란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스타벅스 고유의 매장 분위기, '문화를 판다'는 독특한 전략과 친절한 응대는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놨다. 아메리카노의 구수한 맛에서 우리네 전통 후식인 '숭늉'을 연상하며 즐기는 이들도 늘었다. '된장녀' 논란은 오히려 프리미엄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한국진출 19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스타벅스는 이제 1151호점, 연매출 1조2000억원을 넘긴 '커피 공룡'이 됐다. 스타벅스가 진출한 75개국 중에서도 5위 규모다. 스타벅스는 스스로를 '제 3의 공간'(3rd Place)으로 칭한다. 고객들에게 집과 직장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스타벅스가 한국 시장을 장악한 비결도 P.L.A.C.E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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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artner,동업자)=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직원들을 '파트너'로 부른다. 매니저와 직원, 본사 관리자가 모두 동등하다는 뜻이다. 파트너라는 명칭답게, 직원들은 모두 정규직이다. 스타벅스 특유의 고객 환대 문화는 안정적인 고용에서 비롯된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유모차족'이 장시간 매장에 머물러도 눈치주지 않는다. 이들이 본사 매뉴얼을 따르는 정직원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신세계 직원과 동일한 복리후생 혜택도 누리며 신세계 소속이라는 자긍심도 갖는다. 스타벅스가 거느린 정규직원만 1만3000명에 이른다.
◇L(Location,위치)=스타벅스는 100% 직영점 체제라는 강점을 앞세워 초기부터 도심 핵심상권에 집중 출점하는 전략을 폈다. 영업권 보호를 위해 매장 간 일정거리를 둬야하는 프랜차이즈보다 훨씬 유리하다. 수요가 확인되면 사거리 귀퉁이 모두에 스타벅스가 입점하거나, 한 블록 차이로 점포가 들어서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규제 무풍지대에서 연간 100개 이상 매장을 늘려 현재 1100여개 매장을 확보한 것도 직영점이기에 가능했다.
◇A(Adaptation,적응)=한국은 글로벌 브랜드의 무덤으로 불린다. 까르푸와 월마트, 노키아, 네슬레 등이 모두 토종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철수했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초반부터 신세계와 손잡고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제품·서비스로 무장해 시장에 안착했다. 대표적인 것이 문경 오미자, 광양 황매실, 공주 보늬밤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시즌 메뉴다. 정 많은 한국인 특성을 감안,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 최초로 화상 주문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적절한 현지화 사례다. 스마트패널을 통해 고객과 눈을 맞추며 주문을 받는 이 시스템을 글로벌 스타벅스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다.
◇C(Culture, 문화)=스타벅스 특유의 '문화를 판다'는 전략은 한국에서도 통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 편안하게 대화를 즐기며 쉴 수 있는 '제3의 공간' 역할을 했다. 2000년대 후반 커피전문점 성장과 맞물려 급증한 '카공족'을 보고 전 매장에 콘센트와 와이파이를 설치한 것부터 최근 미세먼지 이슈에 대비해 공기청정시스템을 도입한 것들이 모두 '제3의 공간'이라는 스타벅스 모토에 부합한다.
◇E(Evolution, 진화)=스타벅스 코리아는 한국의 IT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다수 선보여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전 세계 스타벅스 최초로 선보인 '콜 마이 네임'과 '사이렌오더'가 대표적. 이 서비스는 자체 모바일 앱과 연동되는 커피업계 대표 O2O(온라인to오프라인)서비스다. 매장 반경 2km 내에서 주문을 완료해 대기시간을 줄이고, 음료가 완성되면 앱에 등록한 이름을 바리스타가 호명해 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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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김민중 기자 minjoong@, 조성훈 기자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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