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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잡학박사' 文대통령, '럭비공' 김정은을 설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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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편집자주] 이틀 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정상회담 잡학사전)을 마련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스펙·화법·패션, 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의전, 건배주까지 분명히 쓸데있을 것이라고 믿는 내용들.

[the300][2018남북정상회담]알쓸신잡② 화법

머니투데이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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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오는 27일 정상회담은 '언어'의 향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이른 아침 판문점에서 첫 만남을 한 뒤 만찬이 진행되는 밤 늦은 시간까지 회담을 지속한다.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문 대통령은 논리와 진정성을 앞세운 '잡학박사' 스타일, 김 위원장은 의외성과 유머를 앞세운 '럭비공' 스타일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을 거치며 '눌변'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거의 극복했다. 정치 데뷔 이후 문 대통령은 어눌한 경상도 사투리 속에 유머감각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런 약점은 여전하지만, 변호사 출신의 논리 정연함과 본인 특유의 진정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길을 찾았다.

대선후보 토론회 때는 아예 준비해온 자료도 거의 보지 않고 여타 후보들과 얘기를 나누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선을 준비하던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확실히 본인만의 화법이 자리잡았다"며 "스피치에 자신감이 붙은 게 느껴진다"고 평가했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이같은 자신감은 더 강해졌다. 문 대통령의 '스피치'는 국정운영의 가장 큰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 "광주정신이 촛불광장에서 부활했다"고 한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는 참석자들의 눈물을 빼놓았다. 외교무대에서도 거침없다. 지난 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미 합동 군사훈련 연기 불가론을 언급하자 곧바로 "곤란하다. 우리의 주권에 관한 문제이고 내정에 관한 문제"라고 직격탄을 쐈다.

특히 외교무대에서 문 대통령은 '잡학박사'의 면모를 유난히 잘 활용한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이 열리는 장소가 있으면, 국내가 아니더라도 그곳의 역사적 의미와 유래 등을 줄줄 읊으면서 본인이 안내를 한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 역사교사를 꿈꿔왔고, 정치에 입문하기 전 한 달에 10권씩 책을 읽을 정도로 다독(多讀)을 해온 것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회담장소가 판문점인 만큼, 문 대통령의 잡학다식한 면모가 빛을 발할 수 있다. 특전사 출신인 문 대통령은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진행된 이른바 '미루나무 제거 작전'에 투입됐던 경험이 있다. 문 대통령은 6·25전쟁 흥남철수 피난민의 후예이기도 하다. 이같은 개인사적 경험과 지식을 앞세워 김 위원장과 대화를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국제무대에 대뷔한 김 위원장의 화법의 중심에는 '유머'가 있다. 유머를 구사하면서 대화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는 이북 정치인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을 관람한 이후에는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는데"라고 언급했고, 자신이 '로켓맨'으로 불리는 것을 의식한 듯 "한국이나 해외 언론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농담했다.

감정적이고 돌발적인 화법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우리측 예술단의 공연을 '깜짝' 관람한 후 갑작스럽게 예술단을 격려하는 자리를 만든 적이 있다. 지난해 북미 관계가 안 좋을 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늙다리 미치광이", "불망나니", "겁먹은 개"라고 맹비난했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비슷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하루 더 머물다가 가시라"는 돌발제안을 해 우리측을 당황케 했다.

김 위원장이 의외로 이성적인 화법을 구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북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이해한다"고 하는 등 이성적인 면모 역시 확실히 보였기 때문이다. 대북특사 접견, 북중 정상회담 등에서 김 위원장이 특별히 감정적인 대응을 한 정황은 보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도 임기응변 능력을 꾸준히 키워왔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럭비공'이자 '협상의 달인'으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취임 후 수차례 정상회담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꼴로 통화를 해왔다. 또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국빈방문 당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즉각적인 제안에 따른 '깜짝 현지 쇼핑'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경험도 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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