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재계 "외국 투기자본 먹잇감될 것"
외국 투자자 입맛대로 10대기업 절반 가까이 사외이사 1명이상 선임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사외 이사 3명을 새로 선임할 때 10주를 가진 주주가 개별 후보에게 10주씩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특정 후보 한 명에게 30주를 몰아줄 수 있게 한 제도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는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다중대표소송 도입을 통해 출자 비율이 50%가 넘으면 모(母)회사 소수 주주도 자회사 경영 사항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지금도 우리 대표 기업은 외국인 지분이 많아 경영권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집중투표 의무화 등이 도입되면 해외 투기 자본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등을 통해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는 가운데 법무부까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의견을 제출하자, 재계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압박이 투기 자본의 우리 기업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최근 엘리엇이 현대차 공격에 나선 것도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의 틈을 노린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다음 달 10일 대한상의에서 10대 그룹 CEO와 정책간담회를 갖는다. 이 자리는 그동안 김 위원장이 요구했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대한 ‘중간 점검’ 자리다. 그는 지난해 6월 취임 직후부터 ‘대기업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혁’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주요 대기업들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며 지배구조를 개선한 가운데서도 현대차그룹은 그대로였다”고 지적하자, 현대차는 지난달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들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최근 현대차그룹 주식 10억달러(약 1조700억원)어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지배구조 개편안이 미흡하다”며 순이익의 40~50%를 배당할 것을 제안했다.
또 금융위원회는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다. 삼성 안팎에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법무부 의견대로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된다. ‘집중투표제’란 주총에서 두 명 이상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株主)가 보유한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고,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외국 투자자가 연합할 경우 ‘삼성전자·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국내 10대 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그들이 원하는 사외 이사를 최소 1인 이상 선임할 수 있게 된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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