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평소 잘못 인정 안하면서 유명인이라 그런 것 아니냐" 비판
차병원 "의료진의 명확한 실수… 신속 조치일 뿐 특별대우 아니다"
의료사고 환자 완전 승소율 1.2%
한씨가 23일 "정말 마음이 무너진다"며 다시 수술 부위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차병원은 "이런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상처가 조속히 치료되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유명 배우라 빨리 사과했나"
이런 차병원의 대응은 이례적이라는 게 환자단체와 의료계의 공통 반응이다. 의료사고 사실 자체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게 보통인데, 병원이 신속하게 조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한씨는 의료사고 피해자로 받아야 할 당연한 조치를 받았을 뿐이지만, 대부분 피해자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한씨가 특혜를 받았다기보다 대부분 힘없는 의료사고 피해자가 불평등을 겪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한예슬(왼쪽)이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다 의료 사고를 당했다”며 소셜 미디어에 올린 게시물. /한예슬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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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재천 운영위원은 "차병원이 이렇게 나오는 건 피해자가 연예인이기 때문"이라며 "더 큰 의료 사고를 겪는 사례가 부지기수인데도 환자가 입증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로 병원이 고압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년째 의료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 A씨는 "한씨 경우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다"며 "한씨는 흉터가 생긴 정도지만, 우리 가족은 아이가 목숨을 잃었는데도 의사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료사고로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온전히 보상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4~2016년 의료소송 2854건 중 피해자 주장을 완전히 인정한 경우는 33건으로 1.2%에 불과하다. 부분적으로라도 피해 사실을 인정해 일부 보상을 받은 경우도 29.1%(831건)뿐이다.
◇"피해 사실 분명하면 누구라도 보상"
유명세를 떠나 피해자에 대한 빠른 사과와 보상 자체는 잘한 일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비교적 과실이 분명한 상황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대응 조치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다만 유명 연예인과 관련한 문제가 생기면 당장 병원 영업에 악영향이 생기기 때문에 차병원이 좀 과민 반응하면서 특혜 논란까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의료진이 (배우라는 직업을 고려해) 더 잘해주려다 나쁜 결과가 발생한 전형적인 VIP 신드롬"이라며 "의료사고가 맞지만, 그 의도는 선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썼다.
차병원 관계자는 "보통 의료 사고는 과실 여부가 애매한 경우가 많아 판단에 시간이 걸린다"면서도 "이번 경우엔 의료진 실수가 명백했고 주치의 본인이 스스로 실수를 인정해 신속하게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누구냐에 따라 의료과실 여부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이상일 한국의료질향상학회장은 "신속히 잘못을 인정하고 보상 조치를 먼저 언급한 건 바람직하다"며 "의료진이 미리 사고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면 법적 책임을 덜어주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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