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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로스쿨 3위에 발끈한 고려대 "변시 합격률 기준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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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졸업생 기준으로 발표… 입학정원으론 高大 88.2%로 1위"

중앙대 "입학정원 기준 올해 합격률, 우리 로스쿨이 서울대 5%p 앞서"

법무부가 지난 22일 로스쿨별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졸업생 기준으로 계산해 공개하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입학 정원 기준으로 합격률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한데 법무부가 굳이 졸업생 기준으로 발표해 착시 현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고려대 로스쿨은 23일 홈페이지에 '변호사시험 결과: 입학 정원 대비 누적합격률 전국 1위'라는 글을 올렸다. '입학 정원' 기준으로 하면 고려대가 합격률 88.2%로 1위라는 것이다. 이 기준으로 하면 서울대(88.1%), 연세대(88%)가 2, 3위다. 법무부가 발표한 졸업생 기준으로 합격률을 계산하면 고려대는 92.4%로 연세대(94.0%)와 서울대(93.5%) 다음 순위다. 고려대가 '전국 1위' 글을 올린 것은 법무부 발표가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의 표출로 보인다.

본지가 입학 정원 기준으로 합격률 순위를 분석한 결과, 고려대와 비슷한 사례가 여럿 발견됐다. 법무부 발표로는 10위와 12위였던 이화여대와 영남대는 각각 7위, 6위로 순위가 껑충 뛰었고, 한양대는 8위에서 12위로 떨어지는 등 순위 변화가 컸다.

조선일보

올해 처음 변호사시험을 치른 로스쿨 7기 합격률은 또 다르다. 로스쿨 7기 '졸업생' 합격률은 서울대가 94%로 1위, 중앙대는 81.3%로 7위였다. 서울대는 정원 150명 중 117명(78%)이, 중앙대는 50명 중 48명(96%)이 시험에 응시했다. 그러나 입학 정원 대비 합격률로는 중앙대(78%)가 서울대(73.3%)를 앞지르고 1위를 차지했다. 김성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학생들이 '입학 후 3년 만에 변호사가 될 확률은 우리 학교가 가장 높다'며 고무됐다"고 했다.

법무부는 졸업생 기준 통계를 낸 이유에 대해 "입학 정원을 기준으로 하면 개인 사정으로 학업을 중도 포기한 학생, 반수(半修)를 해 다른 로스쿨로 옮긴 학생까지 해당 학교 합격률 산정 기준에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명순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중도탈락률'은 QS, 타임스 같은 외국 대학 평가에서 중요하게 보는 사안"이라며 "입학한 학생을 잘 키웠는지보다 졸업생 중 얼마나 합격했는지만 따지는 것은 비교육적"이라고 했다.

명 원장은 "고려대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도 수업을 모두 이수한 학생은 졸업을 시키는데, 이번 법무부 통계는 그런 학생은 졸업을 시키지 않는 학교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 고대 로스쿨 학생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연세대 로스쿨 교수 출신이라, 연세대에 유리한 방식으로 통계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로스쿨별 합격률을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로스쿨은 합격률을 올리기 위해 현행보다 졸업 기준을 더 강화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응시자 수, 즉 합격률의 분모를 줄이고 우수한 학생만 졸업시키면 합격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로스쿨은 합격률이 공식 발표되지 않을 때부터 모의고사 성적이 나쁜 학생 등은 유급을 시켜왔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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