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파문]작년 대선전 선거범죄 조사 당시 고발 안하고 수사의뢰 그쳐
野 “4개 계좌서 8억 자금흐름 나와… 조사국장 직접 현장 간 것도 의문”
24일 선관위가 국회에 보고한 ‘드루킹’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선관위는 댓글 작업이 이뤄진 현장에 대한 강제 조사 권한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는 당시 드루킹의 인적 사항을 확인했고, 경기 파주시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의 위치도 파악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당시 선관위는 다수의 해외 인터넷주소(IP), 파주의 타 지역 IP가 조작됐다는 것과 다수의 불법 댓글 작업을 발견했다”며 “은행 4곳의 계좌를 추적한 결과 2억5000만 원대 의심 자금 흐름도 나왔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은 “당시 4개 계좌 내 8억 원 상당의 자금 흐름이 있었다”며 의심스러운 자금 규모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당시 경공모가 출입을 거부하자 현장에서 철수했다. 오히려 경공모 측이 선관위 조사 인력을 상대로 112 신고를 한 기록이 경찰에 남아있다. 이는 “선거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신분과 소속 성명을 밝힌 뒤 상대방 동의 없이도 자료 수집을 위해 해당 장소에 출입할 수 있다”는 선거사건 처리지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권 의원 측은 “선관위는 현장에서 112 신고로 경찰 병력을 요청하거나, 선관위 직원의 출입을 방해하면 고발된다는 절차를 경공모 측에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선관위가 이 사건을 고발하지 않고 수사의뢰 조치한 것도 규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선관위 선거범죄 수사의뢰 처리지침은 ‘선거범죄 조사와 관련해 정당한 사유 없이 장소 출입을 방해하거나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한 경우’는 검찰에 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3월에 접수한 제보를 두 달가량 조사한 뒤 대통령선거 나흘 전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무혐의 처리했다.
선관위가 검찰에 김 씨를 고발했다면 선관위는 검찰 결정에 불복하는 ‘재정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발 대신 수사의뢰를 하면서 이 권한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대 대선 때 선관위의 고발 건수는 99건, 수사의뢰 건수는 16건이었다.
선관위 조사 때 조사국장 A 씨가 이례적으로 현장 조사에 동행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선거사건 처리 경험이 풍부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경찰로 따지면 치안감이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셈”이라고 했다. 권 의원은 “이 사안이 향후 중요한 정치적 쟁점이 될 것이라 인식하고 A 국장이 현장을 찾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A 국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관련 업무를 하지 않고 있어 드릴 말씀이 없다. 당시 선관위 사이버 대응센터에서 최선을 다해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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