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최근 상하이자동차의 ‘RX5’ 모델을 활용해 자율주행 스마트카의 테스트에 들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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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 |
자동차산업이 격동의 시기를 맞고 있다. 1980년대 초까지 자동차는 기계, 철강, 화학기술만으로 영위가 가능했다. 제철소에서 만들어진 금속을 기계 기술로 가공해 차체와 엔진을 만들고, 내장재 타이어 연료 등은 화학기술을 이용하면 끝이었다.
큰 변화는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엔진의 전자제어가 일반화된 시기다. 자동차에 두뇌가 처음으로 생긴 것이다. 그 이전 엔진은 기온 기압 등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기계적인 작동만 했다면, 전자제어가 도입된 이후엔 다양한 상황에 맞춰 엔진의 컨디션을 전기신호로 정밀 조절한다.
1990년대 들어 전자기술의 적용은 자동차의 전체 영역으로 확대됐다. 잠김 방지 브레이크(ABS), 트랙션컨트롤(TCS), 에어백 같은 안전장비와 컬러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초보 단계의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차체 속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래도 이때까지만 해도 쇠 냄새가 강한 기계의 시대였다.
2000년대부터 전자장비의 활용 영역은 더욱 확대됐다. 결정적으로 가속페달을 전자제어에 완전히 빼앗겼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연결된 케이블이 엔진의 공기흡입 밸브를 열던 전형적인 기계방식에서 가속페달에 센서의 신호를 받아 모터로 밸브를 열어주는 전자장치(Throttle-By-Wire)로 진화했다. 급발진 사고의 우려와 반응이 느리고 직관적이지 않다는 자동차 ‘꼰대’들의 비난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금세 모든 자동차로 확산됐다.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근육 운동과 자동차 가속의 기계적 연결을 해제하자 컴퓨터가 연료소비효율을 더욱 높이는 것이 가능해졌고, 자동차의 미끄러짐을 관리하는 주행안전장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전자장비의 비중은 더욱 높아져 가격 대비 30%에 달하게 됐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운전대마저 컴퓨터에 빼앗겼다. 운전대와 바퀴의 기계적 연결이 끊어진 것이다. 가속페달과 마찬가지로 운전자가 운전대를 돌리는 양을 센서가 측정해 모터가 대신 바퀴를 좌우로 움직이는 방식(Steer-By-Wire)이다. 역시 일부에선 스티어링 감각이 어색하다거나 고장이 나면 운전대가 완전히 잠긴다며 위험성을 주장했지만 대세는 전자식 운전대로 넘어갔다.
이 기술은 위험한 상황에서 컴퓨터가 바퀴의 움직임을 제어해 충돌을 회피하게 하거나 편리한 자동주차를 도와주면서 차의 원가와 무게를 낮추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낸다. 게다가 자율주행 스마트카의 근간이기도 하다.
이제 운전자의 조작에서 기계적인 영역으로 남은 것은 브레이크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자식 브레이크(Brake-By-Wire)로 넘어갈 날이 머지않았다. 이미 일부 차종에 도입됐고,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기술 발전의 역사는 기능적 측면으로 들여다보면 자동차를 인간과 기계적인 연결에서 분리시키는 역사다. 자동차 보수주의자들은 그 진화의 단계마다 딴죽을 걸었지만 우리는 결국 예상하던 방향으로 와버렸다. 사실상 이제는 자동차로부터 운전자를 분리하는 단계만 남았다.
자율주행차의 사고 사례나 테슬라의 생산 차질, 제도적 문제, 운전을 즐기는 인간의 본성, 자동차 소유욕, 과거의 성급한 예측 등 부정적인 증거들을 들이대면서 자율주행차와 공유자동차의 도입이 예상보다 훨씬 늦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수상한 주장을 믿고 느긋하게 준비했다가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순식간에 소멸 단계로 접어들지도 모른다.
자동차산업은 직간접으로 국내 고용 인력의 10%를 담당하는 고용 및 경제 파급력 1위의 핵심 산업이다. 하지만 제도적 지원은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정부 정책에 의해 산업이 육성되는 경제개발 단계는 지났지만 규제나 장려를 통한 유인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효과가 불분명한 청년실업 대책이나 미세먼지 대책에 쓴다면서 눈 녹듯이 사라지는 세금을 미래 전기와 수소충전소 확충, 자율주행차 시범 도시 건설, 공유자동차 서비스 제도 마련 등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세계 1, 2위 자동차시장이자 생산국인 중국과 미국의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수많은 자율주행차와 공유자동차가 너무 두렵고, 그 차들이 만들어 내는 사고와 오류의 빅데이터가 너무 탐난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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