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까지 조합원 찬반투표 실시… 月30만원 임금인상 요구하며
사측 ‘희망퇴직’에 파업으로 맞서, “손쉬운 파업에 구조조정 失機”
1년마다 임협… 선진국보다 짧아, 전문가들 “임단협 주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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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올해도 파업을 위한 조합원 찬반 투표에 나섰다. 회사가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하자 파업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 위기가 심화될수록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해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날 오후 5시부터 27일 오후 1시까지 파업 찬반을 묻는 조합원 투표를 진행한다. 동시에 이달 18일 확정한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했다. 올해 임금 14만6746원 인상, 자기계발비 10시간을 추가 확대해 달라는 내용이 골자다. 요구안대로라면 임금인상률은 기본급 대비 7.94% 수준이다. 시간 개념의 자기계발비는 일하지 않아도 해당 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준다는 뜻이다. 기본급과 자기계발비를 합치면 월 30만 원가량을 추가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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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적자만 약 1600억 원을 낸 현대중공업 사측은 노조의 과도한 임단협 요구안이 파업을 위한 절차로 보고 있다. 노조가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하려면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하고 이후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야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임단협 교섭안을 내놓고 조정이 어렵게 만든 다음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 사측이 이달 29일까지 10년 이상 근속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한 데 대한 반발로 파업을 하려는데, 희망퇴직이 법적으로 쟁의 명분이 되기 애매하니 일부러 과도한 임단협 안을 내밀었다는 의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3년 만에 최악의 적자가 예상된다. ‘보릿고개’를 지나기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란데 노사 갈등 관리에, 교섭 비용에, 파업 리스크까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현대중공업은 2016, 2017년 수주 실적 급감 사태를 버텨내고 생존하려면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일감이 부족해 올해 유휴인력만 3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노조는 “회사가 말하는 경영위기가 과장된 데다 경영 실패에 대해 노조에만 고통 분담을 강요하고 있다”며 희망퇴직과 인력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비용 절감, 즉 노사의 ‘고통 분담’ 논란은 금호타이어, STX, 한국GM에서도 반복됐다. 모두 법정관리 길목에서 가까스로 돌아온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이다. 한국GM은 23일 막판 노사 잠정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 고비가 많았다. 노조가 파업권 확보에 나서는 등 ‘벼랑 끝 전술’이 동원돼 결국 합의 데드라인을 3일 초과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5대 주력 산업 중 반도체를 제외한 조선 자동차 철강 등은 모두 위기 상황이다. 구조조정에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되는데 그 적기를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에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독일 미국에 비해 노조가 손쉽게 파업을 단행할 수 있는 데다 임금협상 단위 기간이 1년으로 선진국에 비해 짧아 협상력이 노조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과반수가 파업에 찬성하면 되지만 미국GM은 조합원의 3분의 2, 독일 폴크스바겐은 4분의 3으로 까다롭다. 임금협상과 단체협약 주기가 짧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4년 단위로 협상한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할 경우 한국 기업은 대체근로도 불가능하다. 한국GM이 누적 적자 2조 원이 넘을 때에도 노조에 성과급을 내준 것은 제도적으로도 회사의 협상력이 낮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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