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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사설] 엘리엇의 현대차 공격이 걱정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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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23일 드디어 속내를 드러냈다. 엘리엇의 요구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으로 지주사 전환 ▶자사주 소각 ▶순이익의 40~50% 수준까지 배당 확대 ▶다국적 회사 경험이 풍부한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 네 가지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비현실적인 요구”라고 일축했다. 이미 발표한 지배구조 개선방안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없애기 위해 현대모비스를 둘로 쪼개 알짜산업인 모듈·AS사업부는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미래차 부품과 투자사업을 하는 존속부문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엘리엇의 공격 포인트는 명확하다. 현대모비스가 이익 많이 내는 사업을 현대글로비스로 넘기는데, 이에 대한 충분한 대가를 받았는지 다음달 하순 열리는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당혹스럽다. 엘리엇의 요구대로 지주사로 전환하면 현행 공정거래법상 그룹 차원의 인수합병(M&A)이 힘들어진다. 엘리엇은 주주 이익을 내세우는 행동주의 펀드지만 ‘알박기식’ 투자 행태를 보이는 벌처펀드라는 비판이 따라다닌다. 엘리엇의 과거 행태에 비춰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은 명분일 뿐 결국 주가를 띄워 시세차익을 노린다는 분석이 많다.

헤지펀드의 공격에 대처하는 정공법은 기업 스스로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는 것이다. 정부도 다중대표소송제 등 대주주 전횡을 막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채찍과 당근은 함께 가야 한다. 경영권이 쉽게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단기이익을 노리는 헤지펀드와의 샅바 싸움에 국내 기업의 재원과 시간이 낭비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도 선진국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 필’ 같은 경영권 보호 장치 도입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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