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보(160~175)=현재 바둑은 반면(盤面·덤을 셈하지 않은 상태)으로 백이 서너집 정도 앞서 있다. 이 판을 흑이 이기기 위해선, 중앙에서 10집 이상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겨우겨우 10집 이상을 보태는 과정에서 백집이 조금이라도 불어나면 그것 또한 패배로 귀결되기 때문에 이래저래 흑이 괴로운 형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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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알기 쉽게 밖에서 단수친 170은, '굳이 내가 흑집을 줄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충분히 이기고 있다'는 의미다. 탕웨이싱 9단은 이 수를 통해 '바둑은 이미 끝이 났다'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절망을 애써 부정하며 한 가닥의 희망이라도 더듬어보려는 안 8단에겐 확인사살과도 같은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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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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