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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회사 직원을 대상으로 한 ‘물벼락 갑(甲)질’이 연일 티비와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조 전무는 지난달 16일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 대행사인 A 업체 팀장 B 씨에게 소리를 지르고 얼굴을 향해 음료를 뿌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경찰은 지난 17일 조 전무를 폭행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 정지를 신청했으며 19일에는 대한항공 본사 사무실에 수사관 6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본격 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재벌가의 ‘갑질’이 쟁점이 되면서 ‘노블레스 말라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어인 ‘noblesse(고귀한 신분, 귀족)’와 ‘malade(병든, 아픈)'가 합쳐진 말로 병들고 부패한 귀족이라는 뜻이다.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도덕적인 의무를 다한다는 뜻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반대 개념이다. 2014년 언니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항공기 불법 회항 지시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등장한 바 있다.
갑질은 우리나라에서만 유난히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 중 하나다. 이미 외신에서는 ‘재벌(chaebol)’과 함께 ‘갑질(gapjil)’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특권 의식을 지적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보도에서 갑질을 지적했는데 ‘봉건 영주처럼 행동하는 임원들이 아랫사람들과 하수급인들을 괴롭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갑질을 설명할만한 영어 단어는 없다. 대신 ‘boss around’(누군가에게 이래라저래라 명령하다), 또는 ‘high handed’(고압적인 태도) 등 우회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은 해마다 4차례에 걸쳐 인터넷판 개정판을 내면서 1500단어 이상을 새로 등록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반복해서 발생한다면 곧 한국식 자본주의의 민낯인 ‘갑질(gapjil)’도 사전에 등록될 것이다.
양성모 기자 paperkiller@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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