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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정갑균의 내 인생의 책]①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연구 - 이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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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음악, 기술과 예술

경향신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음악극 연출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에게 서양 연극의 기초가 되는 바이블이다. <시학>의 원제는 ‘페리 포이에티케스’(Per Poietikes)인데 이는 포괄적으로는 ‘시 창작의 기술에 대하여’라는 뜻이다.

이 책에는 시, 특히 희곡과 서사시 일반에 대한 논의와 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철학적, 분석적, 조직적 논의가 담겨 있다. 여기에서 ‘기술’(technic·헬라어로 헤크네)은 로마인들은 이를 아르스(ARS)로 옮겼고, 유럽인들은 이를 아트(ART)로 쓰고 있는데, 동양의 우리는 이를 다시 ‘예술’로 번역했다.

우리는 ‘예술’을 실생활을 멀리 떠나 영감에 의존하는 천재들의 신비로운 능력 발휘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하지만 ‘헤크네’가 오늘날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의 어원이 된 사실만 보더라도 이 말은 그런 낭만적이고 초월적인 능력만은 아니며, 훈련에 의하여 세련될 수 있는 ‘기술’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것이 ‘기술’이 아니었다면 아리스토텔레스가 논의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유럽에서도 ‘ART’가 신비로운 능력을 뜻하는 말로 이해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낭만주의 시대 이후이다.

<시학>에는 ‘ART’의 성격, 언어표현, 사고력, 시각적 장치, 노래 등과 핵심 개념들에 대한 고찰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희곡적인 플롯에 대한 개념과 표현에 관한 방식과 리듬, 말, 선율, 비극, 희극 등에 대한 정의가 잘 정리돼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와 음악을 모두 ‘소리’를 사용하는 기술로 정리했다.

서정시는 대체로 선율과 함께 노래로 불렸으므로 음악의 성격이 아주 강했다. 당시에는 읽기 위한 서정시는 없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는 그리스 희비극의 공연 방식과도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이렇듯 <시학>은 연극에 관한 전반적인 가장 오래된 고서로써 그 가치를 지닌다.

<정갑균 |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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