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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인도, 12세 이하 여아 성폭행 땐 최고 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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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 긴급 행정명령 공포/무슬림 여아 집단 성폭행 뒤 사망/與 당원 연루·방해에 국민적 공분/형량 최소한 20년 이상 대폭 상향/여성성인 강간도 최소 10년 구형/대부분 친족이 범행·구조적 문제/“생색내기용 조치… 실질 대책 안돼”

인도 정부가 12세 이하 여아를 성폭행한 피의자에게 최대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긴급 행정명령을 공포했다. 최근 불거진 두 건의 여아 성폭행 사건이 공분을 일으키면서 나온 특단의 조치로, 인도에서 아동 성폭행이 얼마나 만연한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대부분의 아동 성폭행이 친족 간에 이뤄지는 현실에서 사형 도입과 같은 충격요법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날 긴급 내각회의를 개최해 성폭행 관련 형법 일부를 수정하는 행정명령을 통과시켰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12세 이하 여아 성폭행범은 최소 20년 이상 최대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고, 집단 성폭행범은 종신형이나 사형을 받게 된다. 또 여성 성인에 대한 강간 최소형은 7년 징역에서 10년으로, 16세 이하 여아의 경우 10년에서 20년으로 형을 높였다. 이와 함께 경찰의 성폭행 사건 수사와 1심 재판을 각각 2개월 내 끝내도록 했다. 이번 수정안은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 결재만으로 발효된다. 모디 총리가 긴급 내각회의를 소집한 것은 최근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소속 당원들이 여아 성추행 사건에 연루되거나 방해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1월 잠무-카슈미르주 카투아에서 8세 무슬림 여아가 힌두 사원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5일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BJP 소속 카슈미르주 장관과 당원들이 가해자를 옹호하는 집회에 참석하고, 이 참석자들이 경찰의 체포 집행을 막으면서 정부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운나오에 사는 한 16세 소녀가 1년 전 BJP소속 쿨딥 싱 셍가르 주 의원과 그의 동생에게 성폭행당했다며 지난 8일 요기 아디티아나트 주 총리의 집 앞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당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모디 총리가 발 빠른 대응에 나섰지만 인도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생색내기용 조치일 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권단체인 인도 앰네스티의 아스미타 마수 활동가는 “대부분의 아동 성폭행은 아는 사람들이 가해자인데 사형제가 도입되면 피해자에게 침묵을 요구하는 분위기만 더 팽배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단체들은 강간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이 10년 이상 걸리는 등 사법적 정의가 지연되는 것이 성폭행을 조장하는 주요 원인인데 이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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