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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한진의 새 다짐…이사회 중심으로 경영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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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대국민 사과

매일경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2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회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졌다는 의혹에서 출발한 갑질 논란은 기업 승계와 지배구조 이슈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내년 창사 50주년을 맞는 대한항공이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떻게 탈바꿈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조 회장은 최근 잇따라 불거진 오너가의 갑질 의혹에 대해 국민과 대한항공 직원에게 공식 사과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장녀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과 차녀 조 전무가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조 전무는 물벼락 사건에 이어 임직원에 대한 고성·욕설 녹취가 공개되자 지난 16일 대한항공 일체 업무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조 전무는 한진칼 전무, 진에어 부사장 등 상장사 임원은 물론 정석기업·한진관광·칼호텔네트워크 등 비상장사 3곳의 대표이사와 싸이버스카이 사내이사 등의 직책은 그대로 유지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날 조 회장 발표에 따라 조 전무는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됐다.

조현아 사장 역시 이번 일로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조 사장은 2014년 12월 발생한 이른바 '땅콩회항' 사태로 그룹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지난달 29일 그룹의 호텔사업 수장으로 복귀했다.

이날 조 회장은 가족 중심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에 따라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석태수 사장을 대한항공 부회장에 임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석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대한항공 경영과 더불어 대내 소통과 화합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일로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만큼 석 부회장은 조직을 추스르는 역할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조현아·조현민 자매가 물러났지만 조 회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는 남는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은 물론 진에어·한진칼·(주)한진·정석기업 등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조 회장은 "차제에 한진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특히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해 유사 사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겠다"며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이 환골탈태해 변화된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 눈높이에 맞는 기업으로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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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한 상태에서는 갑질 사건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해 조 회장이 이사회 중심 경영과 준법위원회 구성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이사회 구성과 역할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대한항공 이사회는 조 회장과 조 대표 등 사내이사 4명과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조 회장 부자가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고, 조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완벽하게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 비율을 늘리거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는 방법 등이 대한항공 지배구조 개편 방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조 회장이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조현아·조현민 자매를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게 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당장 조 회장 자신도 해외에서 고가의 면세품을 직원들을 동원해 관세를 내지 않고 국내로 반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국적인 조 전무(미국명 조 에밀리 리)가 국적 항공사 등기임원이 될 수 없음에도 2010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등기임원을 지낸 사실도 드러나 향후 어떤 법적 조치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최근 진상조사를 위해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2013년 3월과 2016년 2월 두 차례에 걸친 대표이사 변경건과 2013년 10월 한 차례 진행된 사업 범위 변경건 심사 때 진에어의 법인등기사항증명서를 통해 조 전무가 외국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하지 못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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