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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누구나 `중입자 암치료기`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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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NIRS 가마다 센터장

매일경제

"일본은 10년 뒤 일반 병원에 보급 가능한 중입자 암 치료기(HIMAC)를 내놓을 계획이다. 많은 암 환자가 최고 치료를 통해 보다 건강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지난 18~20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방사선방어학회 강연차 방한한 가마다 타다시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 임상연구센터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HIMAC는 일반 방사선 치료가 잘 듣지 않는 췌장암, 골육종, 폐암, 전립선암 등에 효과가 있다"며 "HIMAC로 치료를 받은 전립선암과 초기 폐암 환자들의 완치율이 각각 90%, 80%에 달하고 췌장암 환자 2년 생존율도 60%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HIMAC는 무거운 입자인 탄소를 빛의 속도 80%까지 끌어올린 뒤 초당 원자핵 10억개를 암세포에 도달시켜 암세포를 완전 파괴하는 의료 장비다. 중입자 치료는 0.1㎜까지 정밀 조사가 가능할 뿐 아니라 암 부위만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 일본에서만 1994년 이후 암 환자 1만1000여 명이 HIMAC를 이용해 치료를 받았다.

탁월한 암 치료 효과를 자랑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HIMAC 치료에 드는 비용은 약 4500만원에 달한다. 일본에서도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HIMAC 치료 분야는 두경부암, 육종 등 일부 암으로만 제한돼 있다. 외국에 있는 사람이 HIMAC를 갖춘 일본에서 치료를 받으려면 1억원 넘는 비용이 든다. 가마다 센터장은 "중입자 암치료기 등 입자가속기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만큼 치료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앞으로 중입자 치료기를 대당 500억원대에 만든다면 일반 병원에도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가마다 센터장은 "NIRS와 같은 정부출연연구소가 앞장서 대중화가 가능한 HIMAC를 제작해 일반 병원에 보급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개발이 완료되면 보다 많은 암 환자가 혜택을 받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HIMAC와 비슷한 중이온 가속기 '라온'이 2021년 완성된다. 라온은 HIMAC와 달리 기초연구 등에 조금 더 특화된 가속기다. 가마다 센터장은 "HIMAC 역시 기초연구를 함께했기 때문에 암 치료율을 높일 수 있었다"며 "라온도 기초연구를 통해 방사선 치료에 필요한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마다 센터장은 "과학자들이 하는 일을 국민이 모르면 실패했을 때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다"며 "국민과 소통해 과학자들이 하는 일을 잘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입자 가속기를 암 치료에 활용하는 국가는 일본 독일 중국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다섯개 나라에 불과하다. 그중 일본이 가장 오랜 역사와 함께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의 과감한 투자 덕분이다. 일본 정부는 1984년 일본 국민 사망률 중 암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자 '암 10개년 종합전략'을 발표하고 6000억원을 쏟아부어 암 타파에 나섰는데, 이 중 3000억원을 HIMAC 개발에 투입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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