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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北 핵포기 언급 안해…협상카드로 남겨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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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비핵화 세기의 담판 ◆

북한이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장 폐쇄 선언 등 '핵동결' 의지를 표명했지만 핵 포기, 즉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이 주목된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개최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실험을 중지하고 북부 핵실험장을 폐기한다는 내용의 결정서를 채택했다. 이날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그동안 북한이 외부에 밝혔던 언급 수준과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는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지명자에게도 비핵화 의지를 밝혔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북한이 내부적으로 비핵화 정책을 공포하기에는 아직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핵·경제 병진 노선 가운데 지난해 선언한 '핵무력 완성' 결과물을 불과 5개월여 만에 스스로 없애기로 했다고 발표하기에는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국내적으로 언급하기가 껄끄러웠을 수도 있고, 미국의 체제안전보장 조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전에 핵폐기를 벌써 거론하는 게 부담될 것"이라며 "이것만 가지고 평가하기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20여 년간 '올인'했던 핵무력 건설을 중단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역풍도 이번 결정서에서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배경으로 분석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북 협상에 따라 비핵화가 진전될 것을 감안해 북한 내부에서 미리 주민 설득 작업이 진행 중인 것 같다"며 "핵무력 완성과 함께 선대의 유훈인 '전 세계 비핵화'를 주장하기 위한 선제적 작업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군부 내 강경파들이 비핵화 논의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대규모 경제 지원과 투자를 받아들여 개방경제 체제로 이행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연이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그만큼 내부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뜻"이라며 "핵 포기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비핵화 선언을 내부에 공표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향상된 생활을 직접 경험하기까지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한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안정성에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 국영매체들이 경제 발전을 강조하는 기사를 보도하는 것도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기대감을 높이려는 정치적 노림수로 풀이된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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