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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北 비핵화 첫발" 긍정론 vs "핵보유국 행세" 경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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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비핵화 세기의 담판 ◆

매일경제

남북정상회담 D-4…바빠진 통일대교
남북, 미·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의 역사적 변화를 앞두고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22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통일대교에 군부대 통제 속에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통일대교는 자유로와 판문점을 잇는 도로로 이북 구간은 민간인출입통제구역이어서 통행을 위해서는 출입증이 있어야 한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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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계획 발표에 대해 미국 조야에서는 환영의 목소리와 함께 싸늘한 시선도 적지 않다.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역사적으로 반복돼 온 북한의 기만전술일 가능성에 대한 경계론 또한 비등한 상황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북한 발표를 "큰 진전"이라고 평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환영한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매티스 장관은 20일 "우리는 (북한과) 평화로 가는 새로운 길을 조심스럽게 함께 검토하고 있으며 동시에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의 선언에 대해 "놀라운 발표"라며 "이번 조치는 한반도의 교착 상태를 해결하고자 외교를 활용하려는 더욱 광범위하고 빠르게 진전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캐서린 딜 제임스마틴 핵무기확산방지 연구센터(CNS) 연구원은 21일(현지시간) CNN방송과 인터뷰하면서 "트럼프·김정은 간 정상회담 가능성을 확실히 진전시켰다"며 "북한의 특정한 양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허영심에 호소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정상회담 전망은 극적으로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반면 북한의 이번 발표가 핵포기 선언이 아니라 핵보유 선언이라는 역설적인 분석도 만만치 않다.

주한 미국대사 후보였던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21일 미국 인터넷매체 액시오스와 인터뷰하면서 "북한의 이번 발표는 비핵화 선언과 거리가 멀다"면서 "오히려 북한이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발표문을 보면 시험 금지, 선사용 금지, 이송 금지 등 책임 있는 핵보유국의 조건들을 열거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핵보유국 행세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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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 사이에서는 북한 발표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조지프 버뮤데즈 38노스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하면서 "북한이 노리는 것은 미·북정상회담이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비난이 미국을 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약속을 번번이 저버린 북한의 과거 행태에 비춰 북한에 대한 불신감도 팽배하다. 리사 콜린스 미국 CSIS 연구원은 CNBC방송에서 "북한은 핵무기가 체제 보장과 생존의 근본적인 부분이라고 수차례 강조해 왔고 헌법에 핵을 명시해 놓은 나라"라며 "하루아침에 기존 입장이 바뀌었다고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폐기하기로 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이미 노후화됐고 붕괴 위험까지 있어 이번 폐기 선언이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2005~2006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하면서 "북한이 폐기하겠다는 풍계리 핵실험장은 6차례 핵 실험을 통해 이미 노후화된 곳"이라며 "전문가 사이에서는 실험장 일부 갱도가 이미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어 이 실험장을 폐기한다는 발표를 너무 긍정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북한의 ICBM 발사 중단과 핵실험장 폐쇄 결정을 비핵화로 가는 구체적인 첫 조치로 해석하기에 미흡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정보원 산하 싱크탱크인 안보전략연구원은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와 관련해 "북측이 대담한 핵폐기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한 핵폐기와는 여전히 온도 차가 존재한다"며 "향후 핵실험장 폐기에 따른 사찰 수용 여부와 수용 시 구체적인 기준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북한의 발표에 곧바로 화답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백악관 참모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백악관 관리들의 말을 종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반응은 자신이 합리적이며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하고 싶어한다는 환상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언제든 상반된 입장으로 돌아설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정부 외교·안보 분야 관리들은 북한이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행보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협정 역시 비핵화를 압박하는 미국에서 한국을 떼어 놓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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