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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단독] 쿠팡 정산지연에 속타는 입점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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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오픈마켓 판매 물건에 대한 대금 정산을 번번이 지연하면서 중소 입점업체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9월 말 납품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 지연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 3월 초에 조사를 시작했는데, 불과 한 달도 안 돼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계획된 적자'라며 매출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몸집을 키우고 있는 쿠팡이 정작 내실 다지기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3월 30일 정산해야 할 판매 대금을 4월 1일에 지연 입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쇼핑몰 사이트에 입점해 물건을 판매하는 셀러들에게 정산은 가장 민감한 요소다. 보유 자본이 많지 않은 중소 셀러로선 물건을 꾸준히 들여와 판매·배송하려면 제때 대금을 정산받아야 한다.

그러나 쿠팡은 별다른 공지나 양해 없이 정산을 지연했다. 쿠팡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 오류로 대금 정산이 지연됐다"며 "일요일인 이달 1일 신속하게 대금을 지급했고 2일 오후 당사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이 2조7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이커머스 회사가 전산 오류로 정산을 지연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A입점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연휴 전날인 9월 30일에도 정산을 지연한 적이 있다"며 "쿠팡 측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정산 지연이 반복되니 앞으로 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인 6388억원 영업손실로 자본잠식에 빠졌다가 올해 초 5100억원 증자로 간신히 숨통을 틔웠다. 쿠팡 측은 지연 대금의 정확한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쿠팡의 수수료 매출을 기초로 추산하면 금액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발표된 쿠팡의 2017년 기준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오픈마켓 수수료로 올린 매출을 의미하는 쿠팡의 수수료 및 기타 매출액은 2254억6200만원이다. 일반 셀러들이 쿠팡에 내는 판매 수수료는 통상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토대로 보면 쿠팡이 연간 지급해야 할 판매 대금 규모는 2조25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일반 셀러들이 빠른 현금 순환을 위해 택하는 주 단위 정산 방식을 기준으로 나눠 보면 한 주에 약 430억원의 대금을 정산해야 하는 셈이다. 월 단위 정산 등 여타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액수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 현금 흐름 등 재무지표를 양호하게 만들기 위한 꼼수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분기 말일에 정산이 지연되고 휴일인 새 분기 첫날에 대금이 지급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을 둘러싼 잡음도 지속되고 있다. 로켓배송은 납품업체가 쿠팡에 물건을 판매하고, 쿠팡이 다시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면서 구매 다음날 빠른 배송을 보장하는 구조다.

그런데 로켓배송 판매 규모가 커지고 취급 물량이 늘다 보니 일부 물류센터에서 입고 처리가 적게는 일주일, 많게는 한두 달가량 늦어지는 실정이다. 입고 처리가 지연되면 결제 대금 지급도 늦어진다. 직매입 상품을 판매하면 50일 이내에 대금을 받게 돼 있는데 그 기준이 되는 게 상품 입고이기 때문이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물건은 보냈는데 대금 정산 기일은 기약 없이 밀리는 황당한 상황이 계속되고, 심지어 보낸 물건이 분실되는 사례도 있다"면서 "쿠팡이 제대로 감당하지도 못할 만큼 취급 물량을 늘려 놓고 납품업체에 피해를 전가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쿠팡 측은 "워낙 빠르게 매출이 늘어나다 보니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문제도 있다. 쿠팡은 우리은행 등과 1100억원 규모 외담대를 약정했지만, 한도 초과 문제로 지급이 지연됐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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