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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공모 벤처펀드로 한국판 텐센트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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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B자산운용 김태우 대표 인터뷰

매일경제

"수십억 원씩 투자하는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벤처로 돈 벌 수 있게 해주라고요? 그보다 공모펀드로 한 푼 두 푼 모아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는 대학생들, 벤처를 창업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제 꿈입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시들했던 공모 펀드시장이 최근 코스닥 벤처펀드의 헬륨가스를 맞고 다시 빵빵해지고 있다. 그 중심에 선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사진)에게 "사모펀드 대신 왜 공모펀드를 택했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대뜸 돌아왔다. 코스닥 벤처펀드에도 사모 운용이라는 쉬운 길이 있는데 굳이 공모 운용을 고집하는 이유가 '벤처로 (부자) 돈 벌어주기'보다는 '벤처 창업하기'를 돕고 싶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물고기를 잡아주는 대신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는 것이랄까.

지난 5일 출시된 코스닥 벤처펀드에는 2주 동안 시중 자금 1조5000억원가량이 몰렸다. 세제 혜택에 공모주 우선 편입, 중소형주에 대한 기대 등이 맞물리면서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그러나 이 중 사모펀드에 몰린 돈이 1조원 넘는다. 나머지는 공모펀드라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KTB자산운용이 3546억원을 모집해 소프트클로징(일시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이미 '공모형 코스닥 벤처펀드=KTB운용'이라는 공식이 생겨났다.

KTB운용은 지난 9일 3000억원 정도를 잠정 목표로 코스닥 벤처펀드를 출시했는데 펀드 출시 이후 너무 빠른 속도로 자금이 몰려 고민에 빠졌을 정도다.

김 대표는 "지난 18일 PB 대상 펀드설명회를 하기로 계획했는데 그 전날까지 모인 자금이 2700억원 정도 됐다"며 "설명회도 하기 전에 3000억원을 넘어 판매가 중단되는 게 아닌가 하고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PB 설명회 직후 770억원이 들어와서 다음날 바로 소프트클로징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4대 은행과 5대 증권사가 모두 KTB 코스닥 벤처펀드를 팔 정도로 인기는 대단했다. 판매사들도 코스닥 벤처펀드를 공모로 운용해보겠다는 그의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정부가 코스닥 벤처펀드에 소득공제 혜택까지 주는 이유가 수십억 원씩 투자한 사모펀드 거액 자산가들 돈을 불려주라고 한 게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는 빈 종이에 큰 원을 그리더니 "코스닥 벤처기업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면 그 돈으로 투자도 하고 고용도 늘려서, 벤처 성공신화가 나오고, 그게 다시 젊은이들을 자극해 벤처창업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한 선순환 취지에 맞추려면 힘들더라도 국민이 한 푼 두 푼 모은 공모펀드로 가는 게 맞는다"고 강조했다.

그에게는 샛길이나 우회로가 없다. 2000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자기 이름을 내건 '디스커버리펀드'를 운용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23년간 한결같다. 매주 기업 탐방을 하고 투자위원회를 열어 자산 배분과 투자 전략을 수립한다. 지금도 각종 펀드 출시일, 규모, 수익률 등을 기간별로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외우고 다닌다.

김 대표는 2004년부터 '태우 킴'이라고 불리는 피델리티 펀드매니저 생활을 11년간 하면서 "좋은 펀드매니저를 높은 수익률과 혼동하지 않는 기반을 다졌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30%가 하루에 날아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기본을 지키는 운용을 배워왔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그는 '1가구 1펀드' 시대를 열었던 미래에셋 디스커버리펀드 매니저를 거쳐 '피델리티 코리아펀드'를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 개별 국가 펀드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키워냈다. 박수가 돌아왔고 투자자들 신뢰가 쌓였다.

이런 신뢰를 기반으로 승부수를 던진 게 이번 코스닥 벤처펀드였다. 증시 변곡점마다 국민 재테크 상품을 내놨던 김 대표는 이번엔 코스닥 벤처펀드로 시장 흐름을 바꿔볼 생각이다. 펀드 운용보수 중 5%를 매년 출연해 대학생 벤처 창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김 대표는 "저는 시장에서 돈 굴리는 펀드매니저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코스닥 벤처펀드 자금을 받아 샤오미, 텐센트 같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나오는 것을 꼭 한번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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