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가 밝힌 '경제건설 총력집중'이라는 새로운 노선도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북한은 2013년 3월 제시돼 핵·미사일 개발의 배경이 됐던 '핵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의 종료를 선언하고, 경제건설 총력집중을 새 노선으로 제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병진노선의 "역사적 과업들이 빛나게 관철되었다"고 선언한 뒤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천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에서 시작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고위급 대표단 파견', '남북·북미정상회담 합의' 등이 결국 경제발전에 목표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정책노선 전환은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환영을 받았다. 청와대는 즉각 "북한의 결정은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며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낙관은 금물이다. 결정서를 뜯어보면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정당화하고 핵 군축을 주장하는 맥락으로 볼 수 있는 대목도 꺼림칙하다. 결정서는 "우리 국가에 대한 핵 위협이나 핵 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핵무기 선제 불사용과 핵무기 비확산에 대한 의지 표명은 전형적인 핵보유국의 핵 군축 논리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또 북한과는 비핵화 협상을 해야 하며 핵 군축 협상은 있을 수 없다며 맞서왔다.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미국 등의 핵 군축을 요구하는 식이 되면 곤란하다.
세계사적 이벤트가 될 남북 정상의 판문점 회담이 닷새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뒤이어 북미정상회담도 5월 말이나 6월 초에 개최될 예정이다. 남북·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취한 정책노선 전환은 분단과 냉전의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될 가능성을 크게 한다. 북한이 선제적, 자발적으로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한 것은 시간끌기용이 아니라 경제발전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남북·북미정상회담의 전망을 밝게 하는 획기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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