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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fn스트리트] 아마존 연례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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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해마다 2월 말께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서한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경제진단이다. 버핏이 신뢰받는 이유는 가치투자라는 단순한 원칙을 지키면서 꾸준한 수익을 올리기 때문이다. 솔직함도 한몫한다. 버핏은 2009년 "지난해 투자에서 나는 어리석은 짓을 했다"는 23쪽짜리 반성문을 주주들한테 보냈다. 당시 그는 고평가된 주식과 파생상품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봤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주당 가치가 1년 전보다 10% 가까이 하락해 40여년 만에 최악의 실적이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간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의 연례서한은 직설적 표현으로 유명하다. 다이먼은 지난해 연례서한에서 "미국은 경제.세제.교육 등 많은 분야에서 뒤떨어졌다. 미국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제프 베조스 CEO의 연례서한도 여느 베스트셀러 못지않게 인기를 끈다. 미국 방송 CNBC는 지난 주말 베조스의 연례서한이 발표되자 글로벌 CEO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조스는 1997년 아마존 상장 이후 매년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낸다. 이 편지에는 아마존 사업 현황은 물론 베조스 자신이 생각하는 한계와 해결책 그리고 장기적 사업 방향을 담는다. 이 중에서 사업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베조스의 미래전망이다.

간결함도 인기의 비결이다. 1년에 20차례 편지를 보내지만 평균 분량이 A4용지 3~4장이다. 버핏이나 다이먼보다 훨씬 짧고 명확하다. 또 초심을 잃지 말자며 상장 초기 연례서한에서 언급한 '첫날 정신'을 20여년째 반복하는 것도 독자에겐 신뢰를 준다.

버핏은 지난해 2월 방송 인터뷰에서 "분명히 오래전에 아마존 주식을 샀어야 했다. 나는 아마존 모델의 힘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2013년 아마존이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할 무렵에는 "베조스가 미국 최고의 CEO다. 지독하게 똑똑하다"고 평했다. 지난 2월 버핏의 연례서한 분량이 작년 29쪽에서 17쪽으로 크게 줄었다. 내년엔 얼마나 짧아질지 궁금하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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