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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GM협력사의 호소 "신차 부품 쌓여 있는데.. 문 닫게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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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공, 전북 현장 간담회
지역 기업인 어려움 토로.. "군산 위기지역 지정에도 추경 통과 안돼 자금난"


파이낸셜뉴스

지난 20일 중진공 관계자들과 기업인들이 전북 중소벤처기업 현장 소통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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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전북)=박소연 기자】 "2012년 200억원에서 올해는 20억원을 신고(매출)하게 될 것 같다. 가동을 거의 못하고 있다. 1주일에 하루 겨우 억지로 나온다. 그나마도 옛날 차종 AS부품 정도다. 이미 총리도 다녀가고 기재부 관계자도 왔다 갔다. 달라진 게 없다. 기업이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GM협력 부품업체 대표)

"원래 자동차가 단종되면 업체들이 알고 이에 대비한다. 그런데 GM 신차종은 나온 지가 1년밖에 안 됐다. 기업이 원자재, 부자재, 완제품 등 재고를 쌓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멈추니까 부담이 심하다. (정상화가 안 될 경우) 거의 문을 닫는다고 봐야 한다."(GM협력 시트부품 업체 대표)

한국GM 정상화 여부를 놓고 노사 간 협의시한이 23일까지로 연기된 가운데 지난 20일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이 전북 군산 전북자동차기술원(JIAT)에서 진행한 '전북(군산) 현장 간담회'에서 지역 기업인들이 토로한 심정들이다.

기업들은 어려움을 쏟아냈다. 당장 GM사태로 군산이 고용.산업위기지역으로 선포됐는데도 자금을 수월하게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관련 예산은 추경에 담겨 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에 대한 토로도 이어졌다. 한 GM협력사 대표는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다음 날인) 2월 14일 이후로 잘 지내고 있다. 면역돼서 이게 배고픈 건지 배부른 건지 모르겠다"면서 "과연 군산에 미래가 있느냐"며 힘들어했다.

중진공 이상직 이사장은 "정치권에서는 GM협력사 정도면 은행이나 신.기보에서 돈을 빌리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기업들이 필요한 때 쓸 수 있는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돈 몇 푼으로 죽을 기업이 살겠나… 재기시스템 만들어달라"

이날 간담회에 어렵게 참석을 결정한 GM협력사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담담히 전했다. 한 GM협력사 대표는 "군산에 위기지역 발동까지도 애쓰셨다고 하는데 뭐가 달라졌는지 솔직히 피부에 닿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상당한 규모의 재정이 지원된다고 하는데 GM협력사를 직접 지원하겠다는 예산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거론되는 예산의 20~30%만 해도 좋으니 직접지원으로 돌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GM협력사 대표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전북, 군산이 정치권에서 상당히 소외됐다고 느꼈다"고 했다. 부평.평택 공장 살릴 수 있으면 군산 공장 하나 문 닫아도 괜찮다는 인식에 소외감을 느꼈다고 그는 밝혔다. 이 대표는 "여기 있는 GM 2~3차 협력사들은 군산 공장이 문 닫으면 완전 죽는다"면서 "협력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근 대기업이 양산해 쓸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해서 바로 납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긴급 자금 지원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인들이 그나마 가장 효율적인 제도로 꼽은 중진공 긴급경영안정자금은 군산이 위기관리지역으로 선포되기 전 이미 자금이 고갈된 상황이다. 4조원 규모의 추경에 군산 관련 예산이 배정돼 있지만 아직 추경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속도감이 답답하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추경이 통과되는 즉시 군산지역에 우선 배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군산에 미래가 있나"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또 다른 GM협력사 대표가 이 이사장에게 "군산에 온 지 20년째"라면서 "새만금을 포함해 과연 군산에 미래가 있는 건지 허심탄회하게 말해달라"고 하자 간담회장은 숙연해졌다. 이 이사장은 "GM 군산공장이 정상화되면 가장 좋겠지만 안 될 경우 차선을 찾아야 한다"면서 "곧 전북 국제공항이 완성되면 항만, 철도, 도로에 공항까지 갖춘 전북에 항공기 MRO산업이 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주 사례를 소개했다. 이 이사장은 "호주도 GM공장 협상에 실패했다. 호주 정부는 이 부지를 차세대 미래차 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군산공장도 자율차, 전기차로 리모델링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될 경우 관련 사업의 핵심인 배터리와 부품을 생산하는 LG와 삼성, 협력사가 들어오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빠르고 효율적인 복합금융 도입해야"

이 이사장은 이날 앞서 출입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필요한 자금이 제때 풀리도록 중소벤처기업 자산유동화사업(P-CBO)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P-CBO사업은 중소벤처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 신용을 보강해 우량등급의 유동화증권(ABS)으로 전환한 후 시장에 매각,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설비투자 등 대규모 자금을 장기(3년)의 고정금리로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P-CBO는 중진공이 2000년부터 2010년 시행했던 사업이다. 22차례에 걸쳐 후순위채 5335억원을 인수해 1100개 중소기업에 총 2조8486억원이 공급됐다. 그러다 신.기보와 업무중복이 지적되면서 중단됐다. 이 이사장은 "시장도 다르고 타깃도 다르고 정책 방향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기보가 테크.스타트업 위주라면 중진공은 제조분야 중소기업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면서 "알짜 중소기업들도 신.기보 보증을 못 받는데 이 같은 틈새를 메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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