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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개헌설명회가 반성대회로 바뀌어 …귀국하자마자 머리숙인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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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귀국직후 호텔 행사장 달려간 아베 총리

지방의원들 "아베 간판으론 선거 못치러"불만

아베 "면목 없다",기시다와 고이즈미도 사과

아베,지역구 의원들엔 "9월에 잘 도와달라"

납치 피해자 가족 면담 등 외교 리더십 부각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의 마음이 급하다.

중앙일보

21일 도쿄 신주쿠에서 열린 벚꽃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아베 신조 총리[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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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한 뒤 20일 오후 4시13분쯤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귀국했다.

아베 총리가 곧장 달려간 곳은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소속 지방의원 800여명의 연수회였다.

내년 4월 지방선거를 주도적으로 치러야 하는 이들은 최근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하다.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헐값 내각과 관련된 재무성의 문서 조작 사건, 최근 아베 총리 개입설이 다시 불거진 가케학원의 수의학과 신설 특혜 논란, 또 가장 최근 벌어진 재무성 사무차관의 성희롱 파문 등 정신없이 터지는 스캔들 때문이다.

이들은 “지역에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다”며 아우성이다.

9월 당 총재 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는 아베 총리에겐 이들의 여론이 특히 중요하다. 그래서 귀국하기가 무섭게 이 곳으로 달려간 것이다.

당초 연수회는 아베 총리의 숙원사업인 헌법 개정 등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연수회장에서 아베 총리는 고개부터 숙여야 했다.

아사히와 요미우리 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비공개로 진행된 강연에서 “방금 정상회담 출장길에서 돌아왔다. 하네다로부터 직행했다”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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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도쿄 신주쿠에서 열린 벚꽃 행사 도중 아베 신조 총리가 뛰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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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연도중 최근의 불상사들과 관련해 “일련의 문제로 인해 심려를 끼쳐 면목이 없다”고 사죄할 수 밖에 없었다.

연수회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정조회장은 “정치의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국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의원도 “국회에선 국민들이 지긋지긋해 하는 일만 벌어지고 있다”고 자책했다.

개헌 설명회가 '반성 대회'로 바뀐 모양새였다.

물론 자민당 개헌추진본부는 예정대로 1시간에 걸친 개헌 설명회도 했고, 아베 총리도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지방의원들에겐 관심밖이었다.

이날 지방 의원들 사이에선 “국민의 불신이 강하다. 진상을 규명하고 확실히 대응해야 한다”,“확실하게 설명하고,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아베 총리 간판으로 지방선거를 치르기는 어렵다”,“황신호가 아니라 적신호가 켜졌다”는 쓴소리가 이어졌다고 한다.

아베 총리의 일정은 강연에 이어 지방의원 친목회-아베 총리 후원회 모임-야마구치현 지방의원 간담회로 쉴새없이 이어졌다.

특히 자신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 지방의원 간담회에선 “9월에도 잘 부탁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총재 선거 출마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하지 않던 아베 총리가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속마음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아베 총리를 둘러싼 상황은 최악이다. 자민당에선 “끝을 알 수 없는 늪에 빠진 것 같다”는 자조적인 발언이 나오고 있다.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재무성 사무차관의 성희롱과 관련해 야당은 “후쿠다 차관을 옹호하고 있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사임 없이는 국회 일정에 협조 못한다”며 장외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아베 총리는 북한 문제 등 외교ㆍ안보 이슈와 관련된 리더십을 부각해 최근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해 보겠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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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만난 아베 신조 총리.[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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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인 22일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과의 면담, 납치관련 국민 집회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한 것도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납치 문제를 거론하겠다는 약속을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확실하게 받아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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