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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외환시장 개입 공개, 순매수→매수·매도 총액 '점진적 확대' 윤곽(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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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시기 및 범위를 결정하지 못한 가운데 공개 수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이달내 서둘러 결정하진 않겠다"며 “개입 내역 공개에 대해 시장이 적응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지난 19일(현지시간)부터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 참석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을 차례로 만나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여부 및 범위를 논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시기 등을 결정하지 못했고 그 결정은 이달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의 압박 등을 감안할 때 정부 안팎에서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다자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시 베트남, 싱가포르 등과 같은 예외적으로 낮은 수준의 공개를 적용받기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매도· 매수 총액 공개보다 순매수 내역 공개를 관철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왔다. 순매수 내역 공개는 당국이 외환을 사고 판 흔적을 지우고 알릴 수 있다. 매수, 매수 금액이 각각 100원일 경우 순매수는 0원으로 표시된다. 정보가치가 매도·매수 총액 공개보다 제한적이다.

그러나 TPP 협정문 등 주변 여건상 순매수로 내역을 공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절충안으로 초반에는 3개월 단위로 순매수 내역을 공개하고, 점진적으로 매도· 매수 총액 공개로 범위를 넓혀가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 부총리는 “우리 나라 입장에서는 점진적으로 하면서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가 시장에서) 연착륙하는 것이 제일 좋은 모습이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G20 재무장관회의 및 IMF/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간) IMF 본부에서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양자회담을 가졌다./제공=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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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더이상 미룰 수 없지만, 독자적으로 결정할 것”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세계 무역 대국 중에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나라가 흔치 않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이와 관련한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우리 나라가 어차피 지금(외환시장 개입 내역 미공개)처럼 끝까지 갈 수는 없을 것이다”며 “빈도를 어느 정도 할 것이냐, 시차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 매도·매수 총액과 순매수 중 어떻게 할 것이냐 등을 검토해야 하고 시장이 잘 적응할 수 있는 방법론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등 떠밀려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모습은 피하려는 분위기다. 김 부총리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는) 우리 정부가 조급할 사안은 아니다”며 “국제통화기금(IMF)과 G20이 요구해 왔고 쌍무적으로 미국도 요구하고 있지만, 공개 여부와 방식은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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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월 순매수’ TPP 예외 적용 받기는 어려워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의 관건은 주기와 범위다. 정부는 일단 올해 TPP에 가입할 경우를 대비해 회원국들이 공유하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기준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15년 TPP 협정이 체결되면서 작성된 ‘TPP 회원국 거시정책당국의 공동선언’에는 회원국들이 외환시장 개입 상황에 대해 분기별(3개월) 매수·매도 총액을 공개해야 한다는 합의가 포함돼 있다.

다만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다른 회원국과 달리 6개월 단위의 순매수 내역만 공표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이런 예외 조항을 한국도 적용받으려고 노력했으나 최근 내부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15년 TPP 협정이 체결되면서 작성된 ‘TPP 회원국 거시정책당국의 공동선언’도 검토하는 것은 맞지만, 그 때와 달리 압박 수위가 높아진 트럼프 정부의 기조를 고려해야 하는 동시에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우리 정부가 같은 대우를 받을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정부가 올해 TPP에 가입한다면 대부분의 회원국이 따르고 있는 3개월 단위의 매도·매수 총액 공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협상 과정에서 1개월 마다 공개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D.C=전슬기 기자(sg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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